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영화, 재일동포 역사를 기록하다」
아리랑 랩소디: 바다를 건넌 할머니들
지난 9월 15일, 인천 소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영화, 재일동포 역사를 기록하다」 주제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재일동포 출신 오충공 감독과 김성웅 감독, 이규수 전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 교수가 ‘1923년 간토대지진 제노사이드’, 그리고 재일동포가 겪어온 차별과 극복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는 먼저, 「숨겨진 손톱자국」 (1983), 「불하된 조선인」 (1986), 「93년의 침묵」 (2016) 등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문제를 40여년간 다룬 재일동포 출신 오충공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품을 함께 감상했고, 그 후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 좌석 가운데, 오충공 다큐멘터리 감독
「숨겨진 손톱자국」은 사진이나 영상자료 한 점 없던 당시, 강덕상 히토츠바시대학 교수(2021년 작고)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을 다룬 첫 영화다. 그리고 오충공 감독이 ‘간토대지진 학살’ 60주기를 앞두고 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 촬영을 위해 도쿄 아라카와 강 하천부지를 헤매고 다니며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세 편의 간토학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으면서 자기 조상의 묘가 일본에 있거나 명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족들이 고국 땅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한국을 오가며 유족들도 만났다고 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고 부정하는 일본의 범죄를 묵과할 수 없어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문제에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더욱 아쉬운 건, 한국정부가 아직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좌석 왼쪽, 김성웅 다큐멘터리 감독
이어서 재일동포 출신 김성웅 다큐멘터리 감독은 ‘차별과 전쟁을 반대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착실하게 내딛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오사카 츠루하시에서 태어나 지역 초등학교의 70% 이상이 재일동포인 곳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후, 전후 50년 역사를 재일동포의 시각으로 담아낸 오덕수 감독의 역작「재일」(1997)의 조감독으로 시작해「꽃할매」(2004), 「보이지 않는 수갑 」(2013), 「옥우」(2018) 등 다수의 작품을 감독했다. 이들 작품은 일본 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 특별 전시 중에서
전쟁을 경험한 마지막 1세대인 할머니들은 간토지방에서 몇 안되는 재일동포 집거지인 가와사키시 사쿠라모토에서 ‘전쟁결사반대’를 외치는 짧은 거리행진을 단행하고, 극우단체의 차별과 혐오 발언(헤이트스피치)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이 할머니들의 모습을 남겨둘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에 담은 신작 다큐멘터리가 「아리랑 랩소디」이다.
특강을 마친 후, 그를 잠시 만나 이번 특강과 이 영화에 관한 대담을 했다.
■ 김성웅 감독 약력
1963년 오사카 츠루하시 출생. 대학 졸업 후 (주)리크루트 근무. 그 후 스스로 장사를 시작하지만 실패. "뭔가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슴에 스미면서, 도쿄에…. 도쿄에서 요리 사진가 조수를 경험한 후 조감독이 된다. 1993년부터 프리 연출가로서 활동을 시작. PR 영상이나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폭넓게 다룬다.2004년 재일 1세 할머니의 일상을 4년간 쫓아간 다큐멘터리 영화 「꽃할매」(키네마순보 문화영화 9위)를 감독. 2012년「공상극장」. 2013년 「보이지 않는 수갑」(키네마 순보 문화 영화 3위, 마이니치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상 수상). 2016년「하카마다 이와오_꿈 사이의 세상」(히즈미 카즈오 정보유통촉진상). 2018년「옥우」(키네마순보 문화영화 5위) DMZ 다큐영화제 참가. 2022년「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전주국제영화제 참가 작품, 독일 일본 커넥션 참가 작품). 2023년「아리랑 랩소디: 바다를 건넌 할머니들」
■ 김성웅 감독 인터뷰
▲ <아리랑 랩소디: 바다를 건넌 할머니들> 촬영 중에서 (사진 제공: KimoonFilm)
Q. 이번 ‘토크 콘서트에 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최 측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특별전’을 개최함에 있어, 재일교포의 역사도 풀어 보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 영화 <전후 재일 50년사-재일>의 오덕수 감독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인 데다가, 조감독을 맡았던 제가 올해 신작 <아리랑 랩소디>를 발표했기에 초청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아리랑 랩소디: 바다를 건넌 할머니들> 촬영 중에서, 시위에 나선 1세 할머니들 (사진 제공: KimoonFilm)
Q. 신작「아리랑 랩소디」의 제작 과정, 상영 계획 등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야기의 무대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에서의 선행 상영이 끝나고 내년 2월부터 극장 개봉이 시작됩니다.
20년 전부터의 취재에 더해 이번 촬영을 재개한 시기와 코로나가 겹치면서 취재가 제한되었고요, 동시에 주인공 할머니들은 그만큼 연세가 또 들어가고 계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을 체험하신 마지막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체험이 다양하여 2시간 안에 어떻게 소화할 지에 대해 고심했고, 이번에는 할머니들의 삶의 전쟁 체험과 그 배경에서 재일 교포들이 어떻게 권리를 빼앗기고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그렸습니다.
할머니들은 왜 여러 번 바다를 건너야 했을까? 그것은 고생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싶었지요.
영화를 본 할머니들께서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셔서 기록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아리랑 랩소디: 바다를 건넌 할머니들> 중에서 (사진 제공: KimoonFilm)
Q. 이번 강연 참가자나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역시 역사를 바르게 아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올바르게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요. 그런 활동들은 증오 연설이나 범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일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영화 등 문화 예술의 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영화를 만들어 한국도 일본도 조금이라도 좋은 사회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해방’ 된 지 78년이 지난 ‘재일’도 정의가 어려워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교류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저 자신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과 또 한국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한일 문제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등 세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요. 우리 모두 분야를 넘어 함께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한국이민사박물관 2023년도 특별전
○ 장 소 : 한국이민사박물관 지하 1층 기획전시실
○ 기 간 : ~12월 3일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 30분 마감), 월요일은 휴관
○ 문 의 : 한국이민사박물관 ☎ 032-440-4710
글·사진 야마다 다카코 i-View 기자, ragoyan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