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인천 여행] 선재·영흥도, 이젠 시티투어버스 타고 가볼까?

발간일 2022.07.25 (월) 14:40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히 둘러보는 하루 코스로 추천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섬 여행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티투어버스에 섬 노선을 추가로 개설했다. 7월 14일(목)부터 운영된 인천시티투어 섬 테마여행 노선은 총 3개로 강화도 오감투어, 해상탐방로 등을 거닐며 기암괴석과 갯벌 그리고 섬을 접할 수 있는 무의도 투어, 마지막으로 신비의 바닷길과 십리포 해변으로 대표되는 선재·영흥도투어가 있다.


▲ 선재도에서 목섬을 지나 바다로 쭉 이어지는 목떼미 바닷길. 평범한 중년 부부조차 세기의 연인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이트길이 날마다 활짝 열린다.

지난 21일(목) 첫 선을 보인 인천시티투어 선재·영흥도 투어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영흥도에서 바지락을 4㎏이나 캐는 체험을 했다는 중년의 아주머니들도(남동구 만수동) 투어를 신청했다. 서울이나 용인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이지연(44, 서울)씨는 “어머니랑 섬을 여행하고 싶어 검색해서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인천시티투어의 위탁운영사인 강서관광(주)의 허경준 상무는 이날 투어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와 비로소 긴장의 끈을 풀었다
"사실 이 코스를 기획하면서도 큰 기대를 안 했어요. 볼거리가 다양하고 화려한 데는 아니거든요. 갯벌체험도 하려 했는데, 물때시간이 그날그날 다르고 평일에는 안 하는 곳이 많아요. 게다가 며칠 전 강풍으로 십리포 데크길을 당분간 출입할 수 없게 돼 당황스럽고 아쉽죠. 그나마 선선한 바람이 불어준 덕분에 다닐 만 했고, 물 빠지는 시간대도 딱 맞아 떨어져 퇴근차량이 몰리기 전에 편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 영흥도 십리포 해변. 비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이 거세었지만, 뙤약볕이 아니어서 좋기도 하였다. 날이 개면서 인천 도심을 바라보며 해변을 거닐 수 있었다.

선재·영흥도 시티투어버스의 출발장소는 인천종합관광안내소(센트럴파크역 3번 출구)이고.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선재도와 영흥도를 처음 가본다는 이들이 절반쯤 됐다.


▲ 이색적으로 꾸며진 인천시티투어버스.

출발하자마자 인천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간략하게 이뤄졌다. 외지에서 이주했거나 거주해도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인천 특유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볼거리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아쉬웠다.

곧이어 강화·교동도 여행 홍보영상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강화도와 교동도 곳곳을 새삼 다녀보고 싶어졌다. 탁 트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화방조제에 이어 대부도(안산시)를 지나면 지난 2000년에 개통된 선재대교가 나온다. 그 너머가 바로 옹진군 선재도다. 대부도와 영흥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섬이다. 목섬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유명하다.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2001년에 영흥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연안부두에서 배로 한 시간이나 가야 할 정도로 먼 섬이었다. 고려 말에 왕족인 익령군 왕기와 그 자손들이 살았던 섬이기도 하다.

영흥도를 대표하는 십리포 해변은 대몽항쟁 중 삼별초부대가 강화도에서 진도로 가다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해군첩보부대가 은밀히 주둔하며 작전을 수행했던 역사적 장소다. 그로 인해 영흥도 주민 50여 명이 첩보작전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북한군으로부터 보복을 당해 희생된 아픔이 서려있다.

오늘날 십리포 해변은 백 년이 넘은 소사나무숲과 운치 있는 데크길로 유명하다. 이날 선재도에서 목섬 사이의 바닷길이 드러나는 시간을 맞추느라 당초 계획과 달리, 코스 중에서 가장 먼 이곳부터 오게 된 것이다.


▲세찬 바닷바람으로부터  집과 농작물을 막아보려 조성된 소사나무숲은 400여 그루나 자라고 있어 울창하다.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숲이다.

데크길은 비록 세찬 바닷바람에 손상을 입고 수리 중이었지만, 주민의 일상은 오롯이 이어지고 있었다. 팔순이 넘은 박춘자 할머니는 갯고동과 바지락을 푸짐하게 담아놓고 길손을 기다렸다.


▲ 영흥도 할머니는 무릎이 닳도록 뻘에서 갯고동을 캐 삼 남매를 키웠다. 다 자란 갯고동은 손주들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팔아서 번 돈은  병원에 자주 다니는 남편을 돌보는데 보탠다.

"(갯고동은) 여기선 '갠구리'라고도 하는데, 나는 '애기소라'라 불러요. 푹 삶아서 발라 먹지. 손주들한테 보내주면 지금도 잘 먹어요. 내가 고생해서 캔 걸 아니까. 초등학교 5학년이던 손녀가 글짓기대회에서 '바지락 할머니, 굴 할머니'라는 글을 써서 교육장상을 탔대요.
엊저녁에 뻘에서 캐온 거라 싱싱해. 이따가 두 시부터 물 빠지면 또 캘 거라. 그래야 우리 양반 병원 갈 때마다 한푼 두푼 쥐어주지. 육십 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내가 돌봐야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무릎 말고는 건강하니 감사하지."

뻘밭에서 무릎이 닳도록 일 한 덕분에 삼 남매를 키워낸 노파를 보노라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점심은 영흥도의 초입인 진두선착장에서 해결한다.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야외주차장 한쪽에 줄지어 쳐진 천막 아래서도 밥장사가 한창이다. 지난 연말에 바로 옆 수협 수산물 직판장에서 화재사고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일부러 천막식당 쪽으로 가보았다.
"여기서 천막 치고 장사하다 보니, 구이나 매운탕처럼 불 많이 쓰는 메뉴는 안 돼 손님 받는 게 어려워요." 젊은 상인은 속상한 마음에 넋두리를 하였다.


▲ 바지락 등 이런저런 조개를 아낌없이 넣고 끓인 조개탕은 국물 맛이 구수하다.

널찍한 냄비 가득히 바지락 등 크고 작은 조개를 넣고 탕을 끓여 내왔다. 갯벌에서 막 캐온 먹거리다 보니, 국물이 순하고 구수하다.


▲ 야채밥. 원래는 남은 회를 비벼먹도록 내놓는 모양인데, 싱싱한 채소들이 상큼하고 개운하며 아삭해 조개탕과도 잘 어울린다.


▲ 꼬시래기 무침. 젓갈 맛이 확 풍겨오는 묵은지와 더불어 푸짐하게 나온 이 꼬들꼬들한 먹거리는 섬을 찾아온 길손으로 하여금 젓가락을 바삐 놀리도록 하였다.

밥에다 깻잎·오이·양파·당근 등 갖은 채소를 푸짐하게 올린 야채밥에 남은 조갯살까지 보태어 초장에 비볐다. 주민들의 수고나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분에 넘치는 밥상이다.

이곳은 바지락 등 해물을 넣고 끓인 칼국수가 유명하다. "해물칼국수 국물이 정말 좋더라고요." 어느 중년 남성은 휴대폰 너머로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산낙지나 박대구이를 먹고 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걸을 일만 남았다. 버스에 올라 대교만 건너면 다시 선재도가 나온다. 목섬 주위의 바닷길은 이미 길게 드러나 있었다.

▲ 바닷물이 빠지면 괭이갈매기들의 진수성찬이 한 상 펼쳐진다. 솔로몬 왕의 화려한 옷차림보다 이름 모를 들꽃이 아름답듯, 어느 이름난 작가의 돌 작품보다 자연스럽고 멋진 갯돌들이 뻘에 박혀 있다.

바닷길은 해변 앞 목섬을 지나 그 너머까지 이어진다. 탁 트인 바다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비로소 누릴 수 있다. 한산한 평일이라 오히려 더 나았다. 바닷길을 걷다가 돌아와 전망 좋은 카페에서 앉아 쉴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넉넉한 편이다. 교통사정이나 물 때 시간에 따라 배정시간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두 시간 정도 주어진다.

인천에는 섬이 168개나 된다. 가볼 만 한 섬들이 꽤 있다. 저 멀리 남녘바다의 이름난 섬들은 일부러 가보지만, 정작 가까운 섬들은 오히려 거의 모르고 지낸다. 이런 시티투어 섬 여행 덕분에 적은 돈과 시간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다.

물론 호기심이 많고 걷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일부만 보고 오긴 아쉽다.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와 산행을 하며 섬을 둘러보고 싶다. 이처럼 시티투어의 섬 테마여행은 섬에 대한 관심을 새로이 갖게 한다.

■ 준비물
식비, 선글라스, 챙이 깊은 모자와 스카프, 자외선크림, 그리고 물 등

■ 유의할 점
― 한낮에 챙이 깊은 모자와 스카프 없이 바닷길 깊숙이까지 오간다면, 가늘고 새하얀 목과 가슴을 뻘겋게 태울 수 있다. 자외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손등과 팔도 마찬가지.
― 바닷길을 벗어나 찐득거리는 뻘밭에 들어서면 신발에 머드팩을 해줄 수 있다.
―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관심과 눈길을 온통 받고 싶다면 출발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라. 아니면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거나 큰 소리로 떠들면 된다.

■ 다른 테마형 노선 안내
강화오감투어의 첫 코스인 씨사이드 리조트에서는 무동력 카트인 루지를 타고서 스릴 넘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또는 곤돌라를 타고 회전전망대에 올라가 사방을 조망하며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 체험비는 별도.
이어서 숲 자락에 자리한 해든뮤지엄에서 국내외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하거나(목요일), 냉증과 부인병 해소에 좋은 강화 사자발약쑥 체험을 할 수 있다(금요일).
끝으로 온수리의 유서 깊은 금풍양조장에 들러 시설을 관람하고 전통주를 시음한다.
무의도 코스에서는 하나개 해수욕장으로부터 길게 뻗은 해상관광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갯벌과 기암괴석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어 광명항으로 이동해 건너편 소무의도까지 도보로 거닐어 보는 시간을 가진다.

■ 사전예약 (필수)
인천시티투어 (https://www.ito.or.kr/citytour/)

글, 사진 임강빈,  fireyou0109@daum.net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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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25 21:15:47.0

    시티투어버스 타고 선재도 영흥도 가고싶다.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겋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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