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신포동에 겉과 속이 다른 '호떡집' 있다던데?

발간일 2022.11.16 (수) 15:19
25년간 기름기 없는 옛날 호떡 구워, 내부는 음향기기 즐비

날씨가 차졌다. 슬슬 뜨끈한 국물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음식이 그리워진다. 찬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거리에 나타나는 주전부리가 호떡이다. 입안 천장을 데일 만큼 뜨거운 호떡을 한입 베어 먹으면 서늘한 기운이 사라질 정도로 몸이 훈훈해진다.


▲ 인천 신포동 신포국제시장 입구엔 색다른 호떡집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간판은 ‘신포음향’ 을 달고 있지만 가게 앞에선 호떡을 판다. 

인천 신포동 신포국제시장 입구엔 색다른 호떡집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간판은 ‘신포음향’을 달고 있지만 가게 앞에선 호떡을 판다. 이 집 호떡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고 살짝 굽는 옛날 방식이다. 요즘 기름에 튀겨내듯이 만들어내는 호떡하고는 다르다.

이 호떡을 만들어내는 이는 조순자(71)씨다. 올해로 25년째 호떡을 굽고있다. 조씨가 일하는 공간은 그의 남편이 전축, 음향장비를 판매하던 가게였는데 장사가 안돼자 조씨가 가게 앞에서 호떡을 구워내고 있다. 가게 뒤에는 전축, 녹음기, 스피커 등 음향기기가 가득 쌓여있다.

“남편이 1984년부터 ‘신포음향’이라는 음향가게를 했어요. 종업원도 두면서 운영했는데 장사가 안돼자 제가 가게를 봤지요. 아이들은 크는데 제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호떡 만드는 것을 배웠어요.”




▲ 이곳의 호떡은 거의 기름을 쓰지 않는 옛날 방식으로 구워내기에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좋아한다. 주로 단골들이 많고 전화를 주문을 한 뒤 그 시간에 맞춰 가져가는 손님이 많다.

사실 조씨가 호떡을 만들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지인에게 거액을 빌려줬는데 돈을 떼였다. 그때부터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우울해지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너무 바빠서 아무 잡생각이 안나는 일을 하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호떡 일을 배웠어요. 한 달 정도 배운 뒤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호떡을 하면서 정말 너무 바쁘게 일하다 보니 병도 낫고 돈도 벌었지요.”

이 집의 호떡은 방부제를 안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호떡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시작해 그 다음해 4월까지만 판매한다. 일년에 일곱 달만 호떡을 파는 셈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밀가루가 금방 늘어져 방부제를 안쓸 수가 없다. 조씨는 “방부제를 써가면서 까지 호떡을 팔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조씨는 호떡장사를 위해 새벽 4시부터 남편과 반죽을 친다. 그래야만 아침 9시 30분부터 장사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반죽량을 늘리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어 예전에 비해 3분1가량만 반죽을 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쫄깃한 호떡을 만드는 반죽의 비밀을 묻자 ‘영업비밀’이라고 말하며 밀가루 뿐만 아니라 찹쌀, 계란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호떡속에 들어가는 흑설탕에도 16가지나 되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맛의 풍미를 높이고 있다.


▲ 25년째 호떡을 굽고 있는 조순자 사장. 그녀는 남편의 음향가게 장사가 안되자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이 호떡집엔 단골들이 많다. 대부분 단백한 호떡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이가 좀 있는 손님들이다. 주로 전화로 주문한 뒤 그 시간에 맞춰 호떡을 가져간다. 영종도에서 버스를 타고 오기도 하고, 백령도 할아버지는 호떡을 먹기위해 일부러 배 타고 나오기도 한단다.


▲ 겉은 음향가게 이지만 내부는 달콤하고 맛있는 호떡을 굽고 있는 이곳은 방부제를 쓰지 않아 일년에 7달만 호떡을 판다.

조순자 사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호떡을 굽고 싶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안좋고 물가가 오르면서 호떡을 찾는 사람도 전 보다 줄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이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호떡을 찾는 계절이 다시 왔네요. 다들 힘든 시대를 살고 있지만 따듯한 호떡 먹고 다들 어려운 현실을 힘내길 바래봅니다.”

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유창호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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