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강화 환경어벤저스, 폭염속 깨끗한 섬 만들기 한창

발간일 2022.07.27 (수) 15:46
강화도시민연대 주축, 플로깅에 동참하는 청년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역대급 폭염의 계절을 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 땀이 가득 나는 이 폭염에도 두 팔 걷어 붙이고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어 화제다. 강화도시민연대를 주축으로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틈날 때마다 의기투합해 깨끗한 섬 만들기에 한창이다.

강화를 여행하는 청년들도 플로깅(스웨덴 말로 줍다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와 조깅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뜻한다. 한국에선 줍깅 또는 쓰담달리기라고 부른다)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매달 한 두차례 강화섬 정화 및 쓰레기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강화도시민연대 정의순 팀장을 만나 봤다.


▲ 지난 7월초 볼음도에서 해양 정화활동의 일환으로 플로깅에 동참한 청풍협동조합과 강화섬을 여행 중인 청년들의 모습.

쓰레기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쓰레기장을 뒤지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테면 쓰레기가 미시 현대사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정의순 팀장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억을 갖고 있다. “2020년 초니까 코로나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됐는데 강화섬 갯벌과 해변에 버려진 마스크가 정말 많았어요.”

코로나 이후 강화도는 오히려 인파로 북적였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별 부담 없이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강화섬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주요 도로는 말할 것 없고 인적이 드문 돈대, 마을 안길까지 담배꽁초와 일회용 플라스틱, 캠핑 용품으로 가득했다. 정 팀장은 한숨을 가득 내쉬며 “쓰레기 정화활동을 하다보면 줍고 치우는 것보다 어떤 쓰레기들이 있는지 분석하는 게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들어요. 황산에서 초지대교로 가는 도로엔 주변 카페에서 나온 테이크아웃 커피 잔과 물 티슈, 담배꽁초가 많은데 최근 들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엔 버려진 낚싯줄과 관련 용품이 가득하구요”라고 말했다.

아름답던 볼음도의 이면

정 팀장과 강화시민연대가 쓰레기 정화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전부터 여차리 등을 중심으로 국가 연안 정화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 볼음도를 갈 일이 있었어요. 섬이 참 아름다웠는데 해안가를 따라 쓰레기가 엄청 쌓여 있었어요.”

정 팀장은 그 계기로 환경재단 등의 지원사업에 응모,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볼음도와 주문도, 강화본섬에서 주기적으로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맘때가 가장 쓰레기가 많을 때라고 한다. 인파가 몰리는 영향도 있지만 장마, 태풍의 영향으로 물길을 따라 쓰레기가 강화섬 곳곳의 해안가에 몰리기 때문이다.


▲ 정화활동에 앞서 인식증진 교육을 하고 있는 강화도시민연대 관계자의 모습. 왼쪽이 정의순 팀장이다.

“인파가 드문 해안가에는 페트병과 발포용 스티로폼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인간이 편하려고 쓰는 물건이 결국은 돌고 돌아 쓰레기로 돌아오는 것이죠. 특히 발포용 스티로폼은 파도의 영향으로 잘게 부스러져 치우기도 힘들어요. 할 수만 있다면 청소기로 다 빨아들이고 싶을 정도죠.”

쓰레기는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흔히 보이는 비닐만 해도 생태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각시바위에서 정화활동이나 탐조 활동을 하다보면 저어새 둥지에 과자 봉지 같은 비닐이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곤 해요. 문제는 이 비닐이 햇빝에 반사돼 저어새 알을 익게 하거나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화상을 입혀요.”

저어새는 강화군의 군조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기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강화시민연대는 쓰레기 정화활동에 앞서 안전교육과 인식 증진 교육을 먼저 진행한다. 단순히 하루 봉사를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와 실천의 시작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를 모색하다

처음엔 강화시민연대에서 활동하는 강사와 가족들을 중심으로 시작하던 정화활동은 점차 지역 주민, 인근의 사회적 협동조합원, 푸드뱅크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엔 불은초등학교 학부모와 함께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청풍협동조합과 강화섬을 여행 중인 전국의 청년들도 동참했다. 참여자들은 사람이 쓰다버린 물건들이 돌고 돌아 바다를 거쳐 강화섬에 가득 쌓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곤 한다.


▲ 수거된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모습

“자녀와 함께오는 부모님들의 인식 변화가 특히 인상적이에요. 우리가 물려줄 바다이고 자연이니까요. 청소를 열심히 해서 다시 깨끗해진 해변을 보는 즐거움과 보람도 크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조금씩 변화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 팀장은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리라고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사람이 부족해요. 어떨 땐 참여자가 없어 일정을 취소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 단체에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함께하고 싶어해서 다행이에요. 뉴스를 보고 충청도의 한 대안학교 선생님과 학생이 직접 강화섬까지 와서 동참하기도 했어요.”

정화 활동을 위한 다양한 연대, 협업 역시 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1365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자원봉사 시간도 부여하고 있다. 의미 있는 강화 섬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문의해보길 권한다.

글· 사진 안병일 책방 시점 대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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