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마음을 깎고 다듬는 것, 그게 우드카빙 작업이죠"

발간일 2022.01.17 (월) 16:20


남동구 우드카빙 공예방 ‘사각소리’ 이솔작가 공방

“사각사각, 나무 깎는 사각소리 ‘느리게 깎는 행위 자체를 통해 내 마음과 마주하기’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도 좋아요. 정답은 없으니까요.”​ 이 글은 조이솔 작가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문구다. 무엇이든 잘해야만 인정을 받고 쓰임이 있다는 생각을 공식처럼 갖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 낯선 글귀다. 그러나 사각소리에서 이솔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보면 그 말의 뜻을 바로 알 수 있다.

 


▲ “사각사각, 나무 깎는 사각소리 ‘느리게 깎는 행위 자체를 통해 내 마음과 마주하기’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도 좋아요. 정답은 없으니까요.”​ 이 글은 조이솔 작가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문구다.​  사각소리 공방 전경과 조이솔 작가


‘사각소리​는 인천 남동구 인하로411번길 16-13, 눈에 띄는 주황색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수작업으로 나무를 조각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명 우드카빙 공예방이다. ‘사각소리 공방에는 주로 주방에서 많이 쓰이는 용품 즉 숟가락과 젓가락을 비롯하여 포크, 나이프, 뒤집개, 볶음 주걱, 접시 등이 투박하지만 귀엽고 개성 있게 진열돼 있었다.


우드 카빙이란 나무를 뜻하는 Wood와 조각품을 뜻하는 Carving의 합성어로 나무 조각품을 의미한다. 일종의 DIY로 나무를 조각해서 간단한 인테리어 장식품이나 도구 등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우드카빙은 작은 숟가락, 젓가락부터 시작해서 집을 꾸밀 수 있는 장식품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어 각자가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가 있다.


▲ 이솔 작가가 깎은 다양한 우드카빙 작품들


 

우드카빙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바뀐 그녀의 삶


이솔 작가가 우드카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회사에 다니다가 취미로 숟가락을 깎으러 갔었는데 손은 아팠지만, 그 시간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천천히 해도 괜찮았고 좀 못 깎아도 괜찮았어요. 또 숟가락을 깎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면서 편안했고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아,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저는 정말 지쳐있었거든요.” 2018년 당시 이솔 작가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에 있던 ‘어제의 나무’라는 우드카빙 공방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나무를 깎으러 다니고 있었다. 그곳에서 이솔 작가는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될 스승을 만나게 된다.

“뭐든 끝이 있어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고, 시간과 나무와 커피만 있으면 안 될 게 없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그녀는 스승의 그 말에 힘을 얻어 바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우드카빙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마침 지속해서 퇴사 고민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그녀는 워크숍에 참가하고 칼 가는 법도 배우면서 부지런히 준비해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나무를 깎으면 깎을수록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무를 잘 깎지 못했다.
 


▲ 사각소리 작품


“우드카빙은 재능보다 재미라고 하셨어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힘들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재능이 없는 저를 알아보시고, 저에게 힘을 주기 위해 위로의 말씀을 그렇게 해 주신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스승은 이솔 작가가 공방을 내기 전까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녀는 2019년 3월 지금의 장소에 ‘사각소리’라는 이름으로 우드카빙 공방을 시작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방을 시작해 걱정스러웠던 그의 마음을 응원이라도 해 주듯, 근처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들이 수강생이 되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이 개설되었다.


▲ 우드카빙 이솔 작가가 자신이 만든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각소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사각소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크게 하루 반과 취미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반은 세 가지 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루 반 1은 숟가락, 버터나이프 등 자주 쓰이는 소품을 만드는 클래스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소요되는 작품을 만드는 반이고, 하루 반 2는 수저 세트(숟가락, 젓가락, 수저받침)를 한 번에 만드는 클래스로 4시간 30분에서 5시간이 소요되는 반, 하루 반 3은 요리주석, 인세스 홀더, 작은 종지, 미니 접시 중 선택해서 만드는 클래스로 4시간에서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반이다. 취미반은 기본 4회기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회기 수업 시간은 4시간으로 총 16시간 소요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혼자서 공방으로 작품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요. 몇 시간 동안 나무를 깎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더라고요. 정말 신기한 건 그들의 이야기를 제가 다 알아듣는다는 거예요.”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몇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간다고 했다. 그동안 이솔 작가를 힘들게 했던 많은 일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듣게 하는 마음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울컥하시는 분들, 눈물 흘리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위로받았다면서 편지를 보내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이런 소통은 이솔 작가가 혼자서 작업을 할 때도 이어진다. 긴 시간 나무를 깎으면서 공방에 왔던 분들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안부를 물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얼마 전 있었던 전시회의 주제도 ‘안부’로 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지만, 공방을 찾는 사람들 덕분에 견뎌

코로나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공방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은,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이 계속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재하러 갔던 당일도 젊은 커플이 각각 서로에게 선물할 숟가락과 포크를 깎고 있었다. 그들은 작품을 깎는 세 시간 이상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면서 자신들이 깎은 작품을 보고 뿌듯해했다.


▲ 서로에게 선물로 줄 포크와 숟가락을 깎은 커플


이솔 작가는 작년 외부 강의도 출강했다. 인천에서 우드카빙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섭외가 제법 들어온다. ‘상상유니브’라는 대학생들 지원프로그램을 1주일에 한 번씩, 5주 차 수업을 비대면으로 했고, 경인여대 평생교육원에서도 얼마 전까지 10주 차 프로그램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우드카빙은 참여자들의 상태를 바로바로 살피면서 진행해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줌을 이용해서 하는 수업이 많이 긴장됐지만, 다행히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과의 피드백이 비교적 잘 되어서 생각보다 수업 진행을 잘 할 수 있었다는 이솔 작가. 그녀는 코로나 시대의 맞춤형 수업도 하나하나 잘 적응하며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평생교육원 수업 또한 10주 내내 참여자들이 거의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해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여줬다며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솔 작가에게 소중한 것


이솔 작가는 처음 우드카빙을 통해서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유난히 크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에서 ‘정희’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누구든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고, 그들을 안아 주면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 ‘사각 소리‘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이솔 작가의 장래 희망이다.


‘사각소리’는 이솔 작가의 바람대로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까지 위로의 공간이 되어 주는 듯하다.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던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찾을 때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솔 작가도 또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안정을 찾게 되었다. ‘사각소리‘를 찾는 사람들과 이솔 작가는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결핍을 채워가며 위로가 되어 주는 사이가 되고 있었다. ‘사각소리‘ 공방을 오픈한 후에 이곳을 찾아와 준 이들은 그녀를 하루하루 살게 한 소중한 분들이라고 그녀는 고백했다.
 


▲이솔 작가가 부부가 만든 작은 그릇


“힘든 일은 늘 펼쳐지지만,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극복의 힘을 키워간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이야기들은 손편지나 안부 글을 통해서 많이 소통하고 있죠. 저는 이곳에서 좋은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이솔 작가는 사람들과 작업을 시작할 때 꼭 강조하는 말이 있다. ‘잘하려고 하지 말아라. 모양이 조금 비뚤어져도 괜찮다. 다시 깎으면 된다. 정답은 없다‘.

‘사각소리’ 공방 작업대에는 삐뚤빼뚤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처음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 깎는 작품에 대해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이솔 작가는 처음 나무를 깎을 때 느꼈던 설렘과 떨림의 감정을 늘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처음은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 이솔 작가가 가장 아끼는 첫 작품



목선반과 우드카빙을 접목한 새로운 작품 구상 중


“현재 ‘사각소리‘의 대표 상품으로 ‘곰돌이 접시’가 있는데, 앞으로는 목선반으로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카빙 느낌을 내는 방법으로 저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구상하고 있어요.”  


‘사각소리’의 대표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는 이솔 작가는 작년 4월 목선반을 배우고 기계도 들여왔다. 이 기계를 이용해서 그녀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그것이 올해의 계획이자 목표이다.

·사진 최시연 i-View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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