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쓰레기 파도 맞서며 바다를 지키다

발간일 2021.09.08 (수) 19:55

해양환경 정화선 ‘씨클린호’ 탑승기​


오늘도 파도가 달려드는 바다 한가운데 버티고 섰다. 바다에 부유하는 쓰레기를 찾아 끌어올린다. ‘어디에서 왔을까.’ 냉장고와 가구, 갯벌에 뒤엉킨 고철과 폐어구, 그리고 지긋지긋한 비닐, 플라스틱…. 물에 젖은 쓰레기가 선상을 가득 메운다. 때론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바다의 쓰레기 사냥꾼이자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들의 일상이다. 지난 8월 11일, 인천의 유일한 해양환경 정화선 ‘씨클린(Sea Clean)호’에 올랐다.


▲ 250kg은 되는 대형 타이어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씨클린호’ 사람들. 고되고 위험한 일이 그들에겐 일상이다.



‘쓰레기 만선’을 위하여


오전 9시, 연안부두 역무선 선착장. “쓰레기 만선으로 돌아오자!”라는 외침과 함께 씨클린호가 힘차게 출항한다. 첫 목적지는 강화 염하鹽河 수로 가도지구. 위로부터 온갖 쓰레기가 모여드는 한강 하구다. 한강공원 표지판이며 북한 과자 봉지, 언젠간 목함 지뢰가 떠내려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길목을 막아야 인천 바다가 산다. 장마가 드는 7월에서 10월이면 쓰레기가 수시로 밀려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폭우가 몰아치기라도 하면 며칠씩 바다에 머물며 수거 작업에 매달린다.

바다 위 길게 늘어선 차단막으로 쓰레기가 한데 모여 있다. 쓰레기는 바지선에서 수시로 건져 모아 육지로 보낸다. 쓰레기 정거장은 두 달 새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찼다. 육상 기인 쓰레기 외에, 보통은 해안가에서 떠밀려온 초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물과 바람의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 떠내려가는 쓰레기를 놓치면, 밀물 때 다시 올라오는 틈을 타 바로 건져낸다. 기회는 단 두어 번. 그야말로 쓰레기 사냥이다.



▲ 바다의 쓰레기 사냥꾼이자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인천시 해양환경 정화선 ‘씨클린호’ 사람들

 


▲ 유·무인도 쓰레기 수거 작업도 해양환경 정화선 사람들의 일이다. 접안 시설이 없어 보트를 타고 이동하며 쓰레기를 옮긴다. 한 작업에 꼬박 3~4일이 걸린다. 몸무게도 2, 3kg이나 빠진다. 사진은 무인도 ‘구지도’의 폐기물


‘씨클린호’ 바다의 전사들

김근도(59) 씨클린호 선장이 다시 키를 잡는다. 물살을 가르며 쓰레기 사냥은 계속된다. 저 멀리 물치도가 보이는 바다에 하얀 거품 띠가 어렴풋이 보인다. 심상훈(50) 항해장이 망원경으로 계속 주시하더니 이내 무전을 친다. “쓰레기 부유물이 보입니다. 컨베이어 벨트 준비하고, 자 갑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관사 항해사 할 것 없이 모두 갑판으로 뛰쳐나간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온갖 쓰레기가 올라온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부표… 며칠 전엔 두어 시간을 꼬박 매달려 각목 더미와 원목, 냉장고를 건져 올렸다. 잘 올라오지 않는 쓰레기는 작살로 찍어 꺼내고, 덩치가 큰 건 줄을 매달아 당긴다. 작업은 힘겹고 긴박하게 흘러간다.


▲ 환경특별시 인천은 2025년까지 1,120억원을 투입하는 해양 쓰레기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심 항해장은 13년 전부터 해양환경 업무를 맡아온 베테랑이지만, 지금도 쓰레기 더미 앞에선 겁부터 난다. 일을 시작한 지 겨우 1년이 지나 잠수교가 범람했다. 세상 모든 쓰레기가 나에게로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사체까지 건져냈다. 힘든 날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건, 인천 바다를 지킨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고경필(50) 기관장은 지난달 처음 환경 정화선에 올랐다. 사무실에서 12년을 근무하다 바다로 나왔다. 걱정 반 설렘 반이지만 일단 가자, 마음먹었다. 몸을 쓰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고되지만, 가슴은 더 뜨겁게 뛴다.

이번엔 대형 타이어가 바다에 둥둥 떠다닌다. 선박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당겨봐, 당겨.” “아, 어려울 것 같은데….” “나오겠다. 다시.” 적어도 250kg은 나가 보인다. 컨베이어벨트로 올리기엔 벅차다. 크레인에 줄을 묶어 겨우 바다에서 끌어낸다. 순간 휘청, 거대한 물체가 바로 코앞에서 스쳐 지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방심하면 쓰레기에 휩쓸려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무조건 안전 또 안전이다.


▲ 항해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배와 장비를 점검하는 일이 이어진다. 한 명은 부둣가에 남아 밤새 배를 지켜야 한다. 시 도서지원과 ‘씨클린호’ 사람들(위 시계 방향으로 김근도, 고경필, 서명석, 김웅, 김주완, 심상훈).



쓰레기, 결국 사람의 몫


몇 년 전, 취재를 위해 소래포구에서 꽃게잡이 배에 올라탄 적이 있다. 기다린 끝에 끌어올린 그물에선 쓰레기만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당혹스러웠다. 뱃사람은 고된 바다 일보다 꽃게가 잡히지 않아 기다려야 할 때가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해양수산부에 의하면 해상 기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89%가 어업·양식업 활동에서 비롯된다. 자연에 빚지고 살아가는 것에 고마워하며 되갚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인간을 향한다. 씨클린호가 지난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거둬들인 해양쓰레기는 487t에 달한다. “바다 쓰레기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땀 흘리는 만큼은 깨끗해지지 않겠어요. 멈추지 말아야죠.” 심 항해장의 다짐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환경특별시 인천은 2025년까지 1,120억원을 투입해 해양 쓰레기를 줄이고, 시민과 함께 깨끗한 인천 앞바다를 만드는 해양 쓰레기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 바다 혹은 육지, 그 시작은 어디인가. 분명한 건 누군가, 바로 우리가 버렸다는 사실이다. 쓰레기를 전부 없앨 순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 미래를 바꾸는 건, 우리 몫이다.




환경특별시 인천은 2025년까지 1,120억원을 투입해 해양 쓰레기를 줄이고, 시민과 함께 깨끗한 인천 앞바다를 만드는 해양 쓰레기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 바다 혹은 육지, 그 시작은 어디인가. 분명한 건 누군가, 바로 우리가 버렸다는 사실이다. 쓰레기를 전부 없앨 순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 미래를 바꾸는 건, 우리 몫이다.
자연에 빚지고 살아가는 것에 고마워하며 되갚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인간을 향한다. 미래를 바꾸는 건, 우리 몫이다.


▲ 염하 수로 가도지구의 ‘쓰레기 정거장’, 바지선. 쓰레기는 두 달 정도 모은 것으로, 육상 기인 쓰레기 외에 해안가에서 밀려온 초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
​글  정경숙 굿모닝인천 편집위원│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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