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논습지에 하얀 꽃이 팝콘처럼 "툭 툭"

발간일 2021.05.10 (월) 15:43


국내최초 국제습지 등록, 강화 초지리 군락지 5월 꽃 절정

매화마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화도 초지리 평야의 도로변에 논과 수로 사이의 논습지, 이곳에 이색 꽃밭이 있다. 매화마름은 4월 말부터 5월 중하순까지 피어나는 꽃으로 예전에는 주변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수생식물이었다. 하지만 차츰 농약 사용이 늘어나고 농촌의 개발의 여파와 환경의 변화로 점차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다행히도 매화마름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돼 보호받고 있는 중이다.



▲강화 초지리 논습지에는 매화마름꽃이 올라오고 있다.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는 국내최초 람사르협약에 의해  국제보호습지로 등록됐다.


1998년 식물학자인 현진오 박사는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논에서 새하얗게 피어난 꽃을 발견했다. 이 아름답고 작고 예쁜 꽃들이 이 땅에서 사라진 줄 알았는데 강화의 논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후 이 꽃을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했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는 훼손 위기에 처한 매화마름 논을 보호하고자 시민 성금을 모아 이 땅을 2002년에 매입 했다. 또한 매화마름이 자생하는 토종 군락지인 이 논은 2008년에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논습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람사르 협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로 등록됐다.

 



▲새끼손톱 크기만한 매화마름. 꽃이 작아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꽃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매화마름 논습지는 다른 보호지역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거쳐  운영하며 습지관리를 해나간다. 초기에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과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뜻을 이해하고 생업인 농업과 생태계의 상생을 만들어 냈다.
 

▲매화마름 논습지에 생산한 매화마름쌀. 지역주민들은 친환경 농법을 통해 쌀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현재 지역주민들은 친환경 농법을 통해 농약 없이 친환경 매화마름 쌀로 소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펄이나 들에 나가면 여기저기 저어새가 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보기가 쉽지가 않아요. 매화마름도 멸종위기의 식물이기에 우리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사실 옛날에는 엄청 성가신 풀이었어요. 논에서 써레질을 하면 얽히고설키어 딸려 나와 농사에 방해만 되던 물풀이었지요. 지금은 매화마름 군락지가 보호지가 된 이후 농약을 안치니 개구리도 많이 보이네요. 친환경 매화마름 쌀도 생산하고 마을도 청정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매화마름은 봄철 모내기가 시작하는 5월에 꽃을 피운다. 5월이 꽃의 절정기다.


매화마름은 봄철 모내기가 시작되는 5월 꽃을 피운다. 추운 겨울을 버틴 후 물의 온도가 오르는 5월에 꽃은 절정을 이룬다. 5월은 매화마름이 한창 일때다. 그리고 다시 모내기철이 지나고 기온이 높아지면 녹아 사라진다. 벼와 매화마름의 자연스러운 유기적 공생이 신기하기만 하다.


현재 강화도를 비롯해서 서해안 일대의 일부 논이나 물웅덩이에서도 매화마름 군락지가 보전 중이지만 여전히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어렵사리 보전해오는 멸종위기 식물이지만 생명력 있게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매화마름 군락지는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곧바로 관찰데크가 연결되어 있어 위치를 찾기가 쉽다.


매화마름 군락지로 가는 논습지는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곧바로 관찰 데크가 연결되어 있어 위치를 찾기가 쉽다. 몇 발짝 떨어져 보면 물 위에 윤슬처럼 빛나는 것이 바로 매화마름이었다. 꽃자루 끝에 다섯 장의 흰색 꽃잎이 펼쳐져 한 송이씩 매달려 물속에 잠긴 채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의 이름은 매화를 닮고 잎은 붕어마름을 닮았다 하여 매화마름으로 붙여졌다. 미나리 아재비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수초로 꽃은 지름 1cm 정도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꽃을 관찰할 수 있다.

이제 조금씩 막 피어나기 시작한 터라 논의 풀숲 주변으로 몰려서 피어 있다. 손톱만 하게 자잘한 꽃들이 마치 팝콘이 흩뿌려진 듯 희끗희끗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모습이 앙증맞다. 얼핏 물웅덩이의 잡초처럼 보일 수 있으나 우리가 잘 보존해야 할 희소한 수생식물이다.


▲논습지에 피어있는 매화마름.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물풀로 보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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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름 주변에는 카메라를 든 사진가들이 주저앉아 촬영에 몰두하는 걸 볼 수 있다. 셀카봉을 길게 늘여서 찍는 사람도 있다. 꽃이 작아서 웅덩이 쪽으로 바짝 다가가야 한다. 그러기에는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게 비탈진 논둑에 앉아서 안간힘을 다해야 하는 촬영이다.

망원 렌즈로 당겨서 새끼손톱만한 희귀종의 꽃에 다가가는 순간은 매화마름과의 따뜻한 눈맞춤의 순간이기도 하다. 봄날 섬진강변에 매화꽃이 휘날린다면 강화의 초지리 논습지에서는 닮은꼴의 귀한 매화마름이 논습지에서 반짝이고 있다.

▲강화매화마름협동조합이사회이사 임종수​씨.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이 군락지가 보전되고 있다.

관찰로를 따라 걷다가 논둑 아래로 내려가면 물이 가득 고인 넓은 웅덩이 논바닥이 훤히 보인다. 그곳에 아직 피어나지 않은 매화마름이 무수한 잔털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저 물풀로 보이기 십상이다.

간간히 물 위로 오가는 소금쟁이나 실잠자리가 보이기도 한다. 초록이 무성한 논둑의 풀숲에는 민들레의 노란빛이 선명하다. 엉겅퀴의 자줏빛이 유난히 짙다. 청정한 자연 속에서 자생하는 곤충이나 식물들의 생장이 건강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논의 건강성을 확인한 듯하다. 5월이다. 곧 매화마름이 논습지를 새하얗게 덮으며 한창 이쁠 때다.

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 newtree1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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