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송학동 대저택에서 바라본 인천항 풍광에 매료

발간일 2020.11.16 (월) 15:42

'이음 1977' 건축가 김수근 설계, 고려정미소 폐벽돌로 내벽 쌓아 

인천 중구 자유공원으로 가려면 여러갈래 길이 있지만 (구)인천시장관사와 제물포구락부를 거쳐 오르는 길이 있다. 이곳은 인천 중구 송학동이다. 인천의 근대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인천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뒤로는 응봉산이 자리한 인천의 요지다.


(구)인천시장관사를 따라 송학동 길을 걷다보면 이곳에 자리한 대저택을 여럿 볼 수 있다. 풍광좋은 응봉산과 인천항을 한눈에 품고 있는 인천의 명당에 위치한 이 집들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이 대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인천 중구 송학동에 문을 연 문화거점공간 '이음1977'


최근 인천의 문화거점공간으로 문을 연 ‘이음1977’은 송학동 대저택중 하나로 (구)인천시장관사와 인접해 있고 역사, 지리, 건축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인천의 소중한 건축자산이다. 이 단독주택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가인 김수근의 건축철학과 평생의 동반자였던 건축가 김원석의 손길이 닿아있다. 이 집은 1977년 완공됐다. 이 주택은 자유공원 맥아더장군 동상과 일직선에 위치하고 인천항으로 연결되는 라인에 있다.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공간인 셈이다.


송학동 1가 2-4번지에 위치한 ‘이음1977’은 최근까지도 인천의 향토기업인 영진공사 고 이기상 회장의 소유였으나 ‘개항장 지역문화재생 시범사업’을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이 집을 매입해 문화거점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건축가 김수근이 이 집을 설계하게 된 배경은 1971년 서울의 공간사옥에 매료된 이기상 회장이 인천청년회의소에서 막역하게 교류하던 김수근의 동생 김수만을 통해 김수근으로부터 주택설계를 받았고, 1976년 설계를 발전시켜 김원석 건축가가 주택을 완성했다.
 


김수근 건축의 특징은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이 
계단들도 김수근 건축의 또 다른 특징중 하나다.


대지 200여평(661m2) 에 달하는 이 대저택은 송학동 고지대의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인천항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집은 동네의 아기자기한 골목길 모양을 집안으로 그대로 들여와 녹여내는 건축가 김수근만의 독특한 건축설계 방식도 볼 수 있다.


이 집에는 김수근 건축의 특징대로 다양한 계단이 있다. 계단은 경사가 있는 이 집의 공간을 연결하고 집 주변을 둘러보고 산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집을 설계하고 이곳에서 40년 넘게 살았던 고 이기상 회장의 가족은 거실대신 입구의 계단을 가족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했었다고 한다.

이음 1977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집안 내벽을 구성하고 있는 빨간벽돌이다. 이 벽돌은 신흥동에 있었던 고려정미소가 헐리면서 가져온 폐벽돌을 재활용해 쌓았다. 이 폐벽돌은 고려정미소의 전신인 일제시대 역무(力武)정미소에서 쓰였던 벽돌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외벽은 문화재 보수용 회색전돌을 생산하는 김영란 장인의 전돌을 사용했다.


▲집안 내벽을 구성하고 있는 빨간벽돌​. 이 벽돌은 고려정미소가 헐리면서 가져온 폐벽돌을 활용한 것이다.


이음 1977은 집을 지을 당시 전 세계에 공포를 주었던  오일쇼크가 건축에 반영되어 전기나 기름을 많이 쓰는 조명기구대신 자연채광이 많이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집에는 천창이 두 군데나 나 있어 자연채광을 집안으로 잘 끌어들이고 있다. 집안 내부의 라인은 아치모양을 하고 있어 집안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으며, 구성도 아기자기하다. 창문은 돌출됐거나 꺾인 구조인데 이는 바깥 정원의 소나무나 지형지물을 볼 수 있게 건축가의 의도가 담긴 설계였다.

 

당시 설계도면에는 김수근 건축가가 직접 쓴 “바깥 소나무를 살려라”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이음 1977’은 집안 어디서나 바깥을 조망할 수 있으며 인천항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큰 유리창이 자리한다. 특히 거실에서 바라보는 인천항의 풍경은 압권이다. 거실 와이드창에는 ‘바다가 보이는 창’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음 1977’ 거실에 있는 통창에서는 인천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방은 고 이기상 회장 부부가 사용했던 안방이다.


이집은 이웃하고 있는 (구)인천시장관사와 쪽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시 고 최기선 인천시장과 당시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이었던 고 이기상 회장이 쪽문으로 드나들며 인천시정 현안을 논의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이음1977은 인천시립박물관 초대관장이었던 이경성 선생과도 인연이 맞닿은 공간이다. 이곳에 작은 주택이 있었는데 이 집에서 이경성 선생이 살았다.


▲인천시립박물관 초대관장을 역임한 이경성 선생도 송학동 주택에서 살았다.
사진에서 이경성 선생은 맨 오른쪽에 있다.


▲고 이기상 회장 가족이 사용했던 드레스룸(왼쪽),
이 집은 천창을 만들어 자연채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했다.(오른쪽)


이음1977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잘 설계한 고급주택이라는 명성과 오랫동안 잘 관리된 품격있고 멋스러운 공간이다. 집안 곳곳에는 영진공사 이기상 회장 가족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들이 살면서 사용했던 주요한 물건과 보관 장소도 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천도시공사는 앞으로 이음1977을 시간, 사람, 공연을 잇는 실험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음1977은 시범운영중이며, 참여소통 프로그램, 아카이브전시, 파일럿프로그램,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다.

*유투브 주소 : https://youtu.be/GBLKOVw1FxI



▲'이음 1977'은 대 건축가의 잘 지은 집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주인장이 잘 가꾼 품격있는 공간이다.


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오철민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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