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텃밭 가꾸는 외국인들 "원더풀~인천”

발간일 2020.09.07 (월) 17:07

송도행복텃밭에서 땀 흘리는 즐거움 만끽

바다를 메워 만든 최첨단 경제자유도시 송도에는 3,6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살고 있다. 송도의 거리나 음식점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은 송도국제도시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들은 국제협력기구나 외국계 회사의 직원과 그 가족들, 교사, 유학생 등 직업이나 연령대도 다양하다.


송도국제도시에는 외국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청은 송도에 사는 외국인들이 텃밭을 가꾸며 초록의 꿈을 일구도록 ‘송도행복텃밭’을 조성해 시행하고 있다.


▲송도행복텃밭을 가꾸는 외국인들

 

송도행복텃밭은 연수구청에서 운영하는 164구좌 1천 평 규모의 유휴지로, 그 안에 18명의 외국인 도시농부들이 18평 규모의 텃밭에서 행복을 가꾸고 있다.


연수구청은 구민들의 건강한 여가 활용, 공동체 문화 회복,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송도석산도시텃밭, 송도행복텃밭, 연수사랑텃밭 등 3곳을 운영 중이다. 인천자유구역청(IFEZ)은 올해 3월 연수구로부터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가꿀 ‘송도행복텃밭’ 3구좌 60㎡의 땅을 분양받았다.


“송도에 사는 외국 분들과 SNS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오신 분이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텃밭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걸 반영해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주지원팀 김종철 팀장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텃밭을 홍보하고 선착순으로 18명의 외국인 도시농부들을 초대했다.

▲송도행복텃밭​ 전경

▲송도행복텃밭 홍보물


▲송도행복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외국인들


‘Whoever is interested in Farming and loves Vegetables’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강좌나 모임이 없어지고 생활 곳곳에 제한이 생기면서 일상에 어려움을 느끼던 외국인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IFEZ에서 신청을 받을 때 저는 인도에 있었어요. 접수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선정된 사람 중에 포기한 분이 있어서 제가 대신 참여할 수 있었어요.” 활짝 웃으며 행운을 얻었다고 말하는 미누(Minu)씨는 인도 콜카타 출신이다.


5년 전 UN 국제기구 GCF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딸과 함께 송도에 정착했다. 요가 자격증을 갖춘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는 10살이 된 딸 산비(Saanvi)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절에 텃밭이 없었으면 외출할 일도 없으니 집에만 있었겠죠. 딸 산비도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을 텐데, 텃밭에 나와 바람도 쐬고 신선한 채소도 가꿀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허브를 직접 재배해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선발된 18명은 6명씩 3개 조로 나뉘어 각 조당 6평 규모의 텃밭을 함께 가꾼다. 한 명당 1평으로 아주 작은 규모지만, 그 곳에서 결코 작지 않은 기쁨을 느끼고 있다. 텃밭에는 삽, 호미, 물뿌리개 등 농사에 필요한 도구와 EM액, 유용 미생물도 준비되어 있다.
 

▲조별 단체 카톡방

행복텃밭 가꾸기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4월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다. 조별로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일정을 협의하고 농사짓는 방법이나 요리 레시피 등을 공유한다. 잘 자란 상추, 오이, 토마토, 호박으로 싱싱하고 건강한 식탁을 차려 이웃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감자를 심었는데, 딱 2개 수확했어요. 남편 하나, 나 하나, 둘이 맛있게 요리해 먹었죠.” 필리핀 마닐라 출신 마니(Marne)씨는 영어 강사로 15년째 송도에 살고 있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가장 맘에 드는 곳에 정착하는 것이 글로벌한 마니씨 가족의 삶의 방식인데, 안전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좋아 한국에 정착했다.


4년 전 송도에서 지금의 남편 마이클(Michael)씨를 만났다. 그는 독일 베를린 출신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시스템 엔지니어로 파견근무 중이다. 센트럴파크 근처에서 사는 마니, 마이클 부부는 자전거, 승용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텃밭과 집을 오간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둘이 함께 걷는다.


식물 키우는 걸 무척 좋아하는 부부는 전에 고층 아파트 실내에 파프리카를 심기도 했다.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보니 사람보다 높이 자란 줄기에 주먹만 한 파프리카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런 그들에게 행복텃밭은 소중하다.


“텃밭에 오면 늘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영어로 인사할 때도 있지만,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해요. 몇 주 전에 고구마를 심었는데 벌써 이렇게 자랐네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니씨는 송도에 사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송도행복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로 차린 식탁


지난 긴 장마에 밭에 자라고 있던 작물들이 모두 죽었지만, 미누씨는 쿠팡에서 씨앗을 구해 새로 심었다. 허브가 초록 초록 자라나고 어린 배추 싹들이 올망졸망하다. 텃밭 곳곳에 설치된 수도에서 물을 길어 식물에 뿌려주는 10살 소녀 산비의 얼굴이 환하다.


텃밭 한쪽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가을이면 국적이 다양한 도시농부들의 다채로운 레시피로 요리되어 풍성한 식탁을 꾸미게 될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혜민 주무관은 한국말과 문화가 낯선 외국 도시농부들을 위해 통역을 하고, 조별로 운영되는 모든 단톡방에 멤버로 참여하면서 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 기획한 프로젝트여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참여하는 분들이 많이 좋아하세요.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은 많이 부러워 하지요. 지속적으로 더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래요.”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외국인들에게 송도행복텃밭에서 보낸 시간이 거름이 되어 단단하게 줄기를 뻗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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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8 13:33:24.0

    농사짓기가 쉽진 않지만 저도 올해 처음 남동구 공공주말 텃밭을 분양받아서 땅의 신비로움을 만끽하고 있네요. 어설프지만 재미있어요. 버킷리스트 하나 처리하는 셈이고요. 먼 데서 온 저분들은 참 대단해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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