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탐방] 고려왕조는 왜 강화도에 궁궐을 지었나

발간일 2021.04.14 (수) 17:34



① 강화읍(상)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 강화도는 선사 시대 이래 우리나라 역사의 아이콘을 모두 품은 ‘보물섬’입니다. 고인돌, 고려궁지, 외규장각, 광성보, 천주교성지에 이르기까지 강화도엔 지금 반만년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뚜껑 없는 박물관, 역사의 보고. 강화도를 얘기할 때면 언제나처럼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죠.

봄맞이 개편과 함께 i-View가 새 연재를 시작하는 ‘길 위의 강화도’는 5000년 강화도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episode)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강화도의 신비로운 유적과 유물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부드러워진 대지 위로 꽃잎들이 떨어져 내린다. 누렇게 야윈 겨울풀잎들 사이로 피어나는 새싹에선 초록의 윤기가 흐른다. ‘지지배배 옥쪼글’. 어느 시인이 표현한 의성어 같은 새소리가 봄의 교향곡처럼 울려 퍼진다. 고려의 궁궐이 있던 자리. ‘고려궁지’(사적 제133호)에서 만날 수 있는 고려의 흔적이라곤 이 땅과 하늘이 전부다. 외규장각과 강화부종각, 강화유수부동헌, 이방청 건물이 있긴 하지만 모두 조선시대 유물이다.

강안전, 경령전, 건덕전…, 지금으로부터 789년 전인 1232년, 이 터엔 궁궐건물들이 들어섰다. 고려 23대 왕인 고종임금을 비롯한 왕실 가족이 살아갈 거처였다. 14개에 이르는 건물들은 이름도 모양도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의 그것들과 똑같았다.

그 뿐 아니다. 강화읍내의 집들도 개경의 모습처럼 건설했다. 그야말로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고려사절요>는 강화도 천도 후 북산 아래 궁전과 구정(毬庭, 격구장)은 물론 사사(寺社, 절) 민호(民號, 민가)를 모두 송도의 건물들을 모방해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북산이란 이름을 갖고 있던 궁지 뒷산조차 ‘송악산’으로 바꾸어 불렀다. 개경 궁궐 뒤에 서 있던 산이 송악산이었던 것이다. 고려왕조는 왜 강화도에 궁궐을 지은 것일까.


▲고려궁지는 1231년 몽골제국이 침략해오자 항쟁을 위해 1232년 고려왕조가 강화도로 천도한 뒤 궁궐을 지은 자리다. 2021년 봄, 고려궁지에 파릇파릇한 풀이 돋아나고 있다.


918년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화려한 해양문명을 꽃피우며 300여년을 이어온다. 그러나 1231년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 무리한 요구를 해오자 이듬해인 1232년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다.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유럽대륙까지 휩쓴 골리앗제국 몽골과 싸우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해야 했다. 


그 첫 번째가 강화천도였고 항쟁을 이끌 왕이 머물 왕궁건설이 시급한 현안이었다. 동시에 함께 개경을 떠나 함께 강화도로 건너온 10만 세대의 백성이 살아갈 마을을 건설해야 했다. 지금으로 치면 대단위 ‘신도시 조성’이라 할 수 있겠다. 현이었던 강화는 군(郡)으로 승격했고, 이때부터 강도(江都)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강화천도를 주도한 인물은 무신정권의 수장 최우였다. 때는 1170년 정중부가 난을 일으킨 이래 무인들이 조정을 좌지우지 하던 무신시대. 강화천도 이후에도 최 씨 무신정권은 개경으로 환도하며 최정예부대였던 삼별초가 해산된 1270년까지 40년 간 권력을 유지한다. 


고려왕조가 대몽항쟁을 벌이며 강화도에 머물던 시기를 강도시기(1232~1270)라 부른다. 이 기간 고려는 잔인한 대제국 몽골에 예속되지 않고 국통을 지킨 것은 물론,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술인 ‘팔만대장경’이 강화도에서 탄생했으며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도 이 시기 제작된 예술품이다. 석릉, 가릉, 곤릉, 능내리 석실고분, 창후리 고분은 왕릉과 귀한 신분의 무덤으로 고려시대 유적이다.  



▲고려궁지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강화읍이다. 예나 지금이나 강화읍은 강화도의 중심지로 현재 행정, 금융, 상업시설이 몰려 있다. 흐린 날에 찍은 사진이다.


강화도는 ‘고려의 고도’(古都)였다. 경주, 부여, 공주와 마찬가지로 강화도를 고도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고도와 달리 강화도는 처절한 항쟁을 통해 나라를 지켜낸 성지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송악산(북산)을 등지고 읍내 쪽을 내려다본다. 높진 않지만 현대식 건물들이 빼곡하다. 강화군청, 강화경찰서, 강화읍사무소, 강화풍물시장 등 강화읍엔 주요 행정, 금융, 상업시설이 몰려 있다.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커피브랜드와 롯데리아와 같은 프랜차이즈도 눈에 띈다. 다만 멀티플렉스는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


1970년대만 해도 강화군청 앞 강화대로엔 동락천이 흘렀다. 고려산에서 내려와 국화리를 거쳐 염하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강화읍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동락천은 1970년대 말 복개하기 전까지 강화읍의 젖줄기 역할을 했다. 여성들에겐 빨래터였고 아이들에겐 워터파크였다. 청년들은 염하를 거슬러 올라온 뱀장어와 참게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동락천 위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몇 개의 콘크리트 다리 위로 사람들은 이쪽저쪽을 건너다녔다. 그 동락천은 지금 갑곳리 강화대교와 하점면 신봉리 이강삼거리를 잇는 강화대로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동락천은 흐르고 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강화읍은 지금 강화도의 수도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고려궁지 내부. 고려궁지는 산책로처럼 꾸며져 있다.

  


▲고려궁지 자리엔 조선시대 지금의 군청격인 강화유수부동헌이 있었다. 강화유수와 6방이 함께 있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고려궁지 안에 있는 동종.


글·사진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

.............................................................................................................................


우리나라 방직역사 따라 걷는 길 

즐거운 강화트래킹 - 강화스토리워크


한국 최고의 직물공장인 ‘심도직물(터)’에서 민족 계몽운동의 구심점이던 ‘강화중앙교회’에 이르기까지. 강화읍엔 ‘강화스토리워크’란 트래킹코스가 있다. 


근현대 역사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길이다. 트래킹은 1970년대 심도직물에서 시작한다. 역직기 210대와 12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던 심도직물은 지금의 용흥궁공원 자리에 있었다. 지금은 굴뚝 일부만 남았다. 바로 옆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 11월 전통 한옥양식으로 축성한 교회로 서양의 것을 녹여 우리만의 것으로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어 조선독립운동의 발자취가 찍힌 강화3.1독립만세 기념비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시작을 알린 노동사목표지석을 지나면 700년 된 은행나무를 만난다. 고려시대 심은 것으로 한 자리에서 700년의 세월을 지켜보았다. 길은 이화견직담장길로 이어진다. 


1953년 설립해 강화 직물산업의 큰 축을 담당한 회사이다. 이화견직담장길을 따라 걷다보면 조양방직을 만난다. 강화의 지주였던 홍재묵·재용 형제가 1933년 세운 것이다. 1936년 문을 연 서울 경성방직보다 3년 앞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공장이다. 


강화중앙교회(감리교)는 조봉암 선생, 이동휘 강화진위대장, 최상현 합일초등학교 교장과 같이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에 앞장섰던 선인들이 다니던 유서 깊은 교회다. 1901년 ‘잠두의숙’이란 이름으로 개교한 합일초등학교 독립운동길을 지나면 스토리워크의 마지막 장소인 소창체험관을 만난다. 


소창은 ‘가재 천’을 말한다. 1956년 설립한 평화직물을 강화군이 매입해 체험관으로 운영 중이다. 소창을 짜던 기구를 볼 수 있으며 소창손수건 탁본찍기 등도 즐길 수 있다.


▲강화읍 구석구석을 누비는 ‘강화스토리워크’는 천천히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트래킹코스이다. 사진은 강화도 지주였던 홍재묵·지용 형제가 1933년 설립한 조양방직. 지금은 카페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한다.



■ 강화스토리워크 코스

심도직물(터)-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3.1독립만세 기념비-노동사목 표지석-700년 은행나무-이화견직 담장길(스토리보드)-조양방직-강화중앙교회-합일초등학교-소창체험관

문의 032-930-3564


 

댓글 0

댓글 작성은 뉴스레터 구독자만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 뉴스레터 신청시 입력하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주세요.

Main News

Main News더보기 +

많이 본 뉴스

주간 TOP 클릭
많이 본 뉴스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