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끝없이 연결되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하고 싶어”

발간일 2022.01.12 (수) 17:48

 

[특집] 신년 인터뷰 - 소설가 안보윤

겨울 햇살을 받으며 다소곳이 앉은 그의 실루엣에서 작가의 아우라가 반짝였다. 시나몬 가루가 뿌려진 카프치노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소설가 안보윤(41). 신포동 담쟁이넝쿨 카페에서 그를 만난 건 지난해 12월 14일이다. <굿모닝인천> 신년기획으로 연재할 소설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날이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와는 연결돼 있어요.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고요. 결국 거대한 기계의 무수한 톱니바퀴처럼 끝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인 것 같아요.”
 


▲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란 소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한 인천 출신 소설가 안보윤이 오는 2월부터 <굿모닝인천>에 옴니버스 소설을 연재한다.


안보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매달 독립적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소설을 쓸 것”이라며 “소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월부터 <굿모닝인천>에 옴니버스 소설을 연재한다. 인천 토박이로 구월초, 남인천여중, 문일여고를 다닌 안보윤은 지금도 고향에서 글 쓰고 밥을 먹으며 차를 마신다.

“인천은 과거와 현재가 손잡고 있는 공존의 공간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신비로운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도시지요.” 고향 인천의 공간과 인천사 람들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얘기였다.

스물네 살이던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란 장편으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할 때만 해도 그는 날카로웠다. 예리한 시선으로 가장 밑바닥에 널브러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잔혹과 코믹이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코드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평단과 대중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 안보윤 작가는 소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벌써 등단 17년 차. 안보윤은 이제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20대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싶었어요.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 애써 밝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충분히 바라보았고 감정은 둥글어진 것 같아요.” 안보윤은 무르익어 가는 중이었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된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그는 문재文才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방학 과제로 단편소설을 써오라고 했다. 안보윤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란 소설을 써냈고 그게 교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어선생님 성함이 서상희였는데 제 소설을 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낭독을 해주셨고, 친구들이 너도나도 재밌다는 피드백을 준 겁니다. 그 선생님은 지금 강화도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계세요.” 자신도 자각하지 못했던 존재감에 깜짝 놀란 안보윤은 글쓰기에 눈을 뜬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는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새얼학생어머니백일장’에서 ‘골목길’이란 산문으로 차상을 받기도 했다.

문일여고로 진학한 안보윤은 문예반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수련한 글쓰기 방식은 손편지 쓰기였다. “고등학교 때는 손편지를 참 많이 썼어요. 손편지는 사람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지요. 잘 휘발되지 않고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드는 힘이 손편지에 있는 것 같아요.”

손편지와 일기 쓰기를 좋아하던 조용한 문학소녀가 택한 학과는 그러나 명지대 사학과였다. 그때는 역사 선생님이 좋아 보였다. 세상에 안전하게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고3 수험생이 요구받은 사회의 선택이기도 했다.



대학교 3학년이 됐을 때 그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에 빠진다. 심사숙고 끝에 발견한 자신의 미래는 소설가였다. 문학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떠나야 하는 여행. 나는 과연 소설가의 삶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한동안 그는 열병을 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릴 목록표’를 작성하기로 한다.

“소설가의 길을 걷는다면 내게 부재할 것들은 무엇일까 적어 나갔어요. 안정적인 생활, 적금, 직장 동료, 결혼…, 아주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할 것 같더군요.”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쓰자’였다.

그렇게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단편 습작을 쓰기 시작한 안보윤이 첫 장편을 쓴 건 대학 졸업 뒤 1년 동안 사회적 삶의 휴지기를 가졌을 때이다.

“대학원에 가기 전 공부를 미리 해야겠다 생각하고 인천시청 옆 중앙도서관에 다녔어요. 아침 시간엔 책을 읽고 오후엔 소설 쓰는 일과를 반복했어요. 그때 쓴 책이 <악어떼가 나왔다>입니다. 등단을 위해선 단편을 써야 했지만, ‘습작인데 뭐 어때’라며 연작성 장편을 쓰게 된 거죠.”


▲ 안보윤 작가의 새해 소망은 <굿모닝인천>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소설을 연재하는 것이다.


대학원 입학원서를 낼 때쯤 소설이 완성됐다. 때마침 ‘문학동네’가 ‘작가상’을 공모했다. 무심코 응모한 작품이 덜컥 수상작으로 결정된다. 소설가에겐 그러나 등단 이후에 갈 길 이 더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정식으로 소설가가 된 뒤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압박감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다가 공부하는 기간을 다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새롭게 펜을 잡은 안보윤은 송내 군부대 안에 있던 서점에서 ‘알바’를 하며 다시 쓰고 싶은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오즈의 닥터>이다. 이후 꾸준히 글을 써 지금까지 9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안보윤은 대학 세 곳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 앞에 설 때면 너를 먼저 궁금해 하라고 말하곤 합니다. 너는 어떤 세계를 좋아하는가, 너는 뭘 궁금해 할까 등의 질문을 던지라고 하지요.” 그는 “자신을 성찰하면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며 “나를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가르치는 것은 곧 배우는 것. 그 역시 2,30대와 문학적 소통을 하면서 풍부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2022년 임인년 새해의 소망과, 인생의 궁극적 목적지가 궁금했다.

“새해 소망은 <굿모닝인천>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소설을 연재하는 것이고요. (웃음) 제가 바라는 미래는 제가 원하는 지점에 마침표를 찍는 것입니다.” 안보윤은 “책을 발간하고 나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데 그렇게 후회하면서 다음 소설을 또 쓰게 된다”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말 다 했구나 확신하며 원하는 지점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는 것이 닿고 싶은 내 소설 작업의 마지막 지점”이라고 말했다.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
글  김진국 굿모닝인천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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