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성직자의 손끝에서 피어난 형형색색 '유리' 예술

발간일 2021.04.05 (월) 17:07

스테인드글라스 분야 국내 최고 작가 조광호 신부

성당이나 교회 건축물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다움을 넘어 신성함과 경건한 느낌을 준다. 종교건축물을 더욱 숭고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투영된 빛과 색은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상에서 행해진 작은 실수, 번뇌, 고통이 모두 사라질 것 같은 마법에 빠진다.

조광호(74)신부는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아키텍쳐 아트 글라스) 분야 최고 작가다. 그는 인천교구 소속 사제로 최근 교계에서 은퇴했다. 그에게는 직업이 두 가지다. 성직자이면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다. 지난 50년 간 사제로 봉직하면서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이자 성직자인 조광호 신부​. 그는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최고 작가로 손꼽힌다.


조광호 신부의 고향은 삼척이다. 집안에서는 생업으로 제빙공장을 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제빙공장을 지켜보면서 노동자의 삶, 인간의 고통에 대한 고뇌와 번민이 많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도 곁들어지면서 그는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집앞에 성당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의 섭리였던 것 같아요. 아마 동네 가까운 곳에 절이 있었다면 스님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죠.”


인천 연수구 청량로 127번지에는 조 신부의 작업실이 있다. 이름은 ‘가톨릭조형연구소’다. 이곳에서 그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유약으로 유리에 그림을 그리며, 유리판을 가마에서 구워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신부님의 놀이터이자 일터인 셈이다.

스텐드글라스 예술을 구현하는데는 14가지 기법이 있는데 그의 작업실에는 14가지 시스템을 다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조 신부의 작업실인 ‘가톨릭조형연구소’ 내부. 스텐드글라스 예술을 구현하는데는 14가지 기법이 있는데 그의 작업실에는 14가지 시스템을 다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조 신부는 35년 간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활동하면서 국내 성당, 대학, 공공기관에 수많은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남겼다.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53mX42m), 숙명여대 박물관 유리화(10mX10m), 서소문 순교자 현양탑, 인천 한중문화관 옆 제물진두순교성지, 송도 연세대학교 교회, 인천교구 무명자 순교자탑 조각(강화) 등을 위시하여 국내외 30여 곳의 가톨릭교회내에 대형 이콘화, 재단, 조각, 유리화를 제작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구간 대형벽화(250mX6m)도 그의 작품이다.


조 신부의 작품인 부평4동 성당 본당의 성전 유리화와 감실 등은 인천교구가 선정한 성미술품(교회문화유산)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색상 샘플


조광호 신부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신부가 된 후 교회 미술을 공부하러 1985년 유학을 떠나 독일의 뉘른베르그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5년간 현대미술을 배우면서 시작됐다. 그는 현대미술의 한 분야인 추상화를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했으며 컴퓨터그래픽,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스테인드글라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판화, 조각, 동양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으며,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시도 썼고,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출판국장도 역임했다. 가톨릭문인회 지도신부로 30년간 활동하며 가톨릭 문인들인 최인호, 김남주, 정채봉 등 유명작가 등과도 교류했다.

 

조광호 신부는 사제로 봉직하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행사, 한국천주교 200주년 행사 기획, 주교단 출판국장, 영화·노래제작 등 한국 천주교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이벤트를 맡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조광호 신부는 송도에 위치한 인천가톨릭조형예술대학 초대학장을 역임했고, 그곳에서 후학양성과 예술의 저변확대에도 힘썼다.


조광호 신부는 최근 20여 년간은 인천교구 소속 신부로 활동했고 송도 인천가톨릭조형예술대학의 초대 학장을 지냈다. 이곳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스테인드글라스를 가르치면서 후학양성과 예술의 저변확대에도 힘썼다.
 

조 신부는 인천가톨릭조형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시 인천 송도를 ‘아트글라스 시티(Art Glass City)’로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송도에는 유리로 제작한 빌딩들이 많은데, 그 유리건물에 세계적인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스탠드글라스로 넣자는 제안이었다. 인천 송도를 거대한 야외 갤러리로 만들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아쉽게도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못했다.

 

“문화는 사람의 영혼을 이끄는 매력있는 유산입니다. 혼이 이끌려야 사람들의 에너지가 집결하고 그 곳에 돈이 흐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사용되는 물감인 유약.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꼭 종교적인 것으로 국한하지는 않는다.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 환경, 주제에 따라 내용은 바뀐다.


“아트만 생각하면 저는 일반아티스트와 다름없습니다. 작품은 환경에 맞는 주제와 깊은 이해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이 이뤄져야 진정한 예술이 됩니다.”
조광호 신부는 자신의 예술분야인 아키텍쳐 아트 글라스인(Architecture Art Glass) 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로 나누는데 앞장서려 한다.
시민들이 작은 전시회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아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한 작업을 모색중에 있다.

“스텐인드글라스 예술은 빛과 색을 창 너머로 확장시키고, 초월적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스탠드글라스를 통해 공간의 의미를 더욱 더 확장시켜 주며 자연을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하는 환경예술입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마음에 힘과 용기가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오철민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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