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작가들 상상력 가득한 '아라센트럴파크'
LH,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을 주제로 담은 특별한 정원 조성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사색에 잠기거나, 마음이 통하는 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특별한 정원이 있다. 정원(庭園)이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공간이 인천 검단신도시에 마련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자연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공공정원 조성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인천 검단신도시 제2호 근린공원 아라센트럴파크(5만 5695㎡)에서 개막한 LH가든쇼는 세종시 무궁화공원(1회, 2018년), 평택시 동말근린공원(2회, 2020년)에 이어 세번째로 열린 공공정원 프로젝트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자연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공공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인천 검단신도시 제2호 근린공원 아라센트럴파크(5만 5695㎡)에서 개막한 LH가든쇼는 LH가 조성한 세번째 공공정원 프로젝트다. 사진은 공공정원에서 바라본 검단.
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정원
이 행사에는 인천검단의 지형적 역사적 특징을 반영한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The theme of the Garden show was Folds of the Earth, Waves of Nature)’이란 주제를 정원 작가들이 상상력과 의미를 담아 작품으로 완성했다. 설치된 정원은 공모작가 정원(7개소), 초청작가 정원(4개소), 시그니처 가든(1개소), 주민참여 정원(4개소), 학생참여 정원(5개소) 등 총 21개소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7개의 공모작가 정원은 최지은, 오태현, 류광하, 김단비, 박성준, 이양희, 김수린 작가의 작품으로, 개막식에서 현장 심사를 통해 김단비 작가의 ‘그럼에도 대지에는’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정원 한 곳 한 곳에서 작품의 의미와 식물이 주는 위안을 느껴보자.
▲ 2022년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LH가든쇼가 개최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라센트럴파크
시그니처가든
■ 물의 기억_이호영 & 앤드류 재크(Andrew Jaques)
큰 조개, 연흔정원과 느티나무 구릉 3개의 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작가만 아는 추상적 세계가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시그니처가든은 구멍이 뚫린 조개를 통해 큰 생태계 공간을 보려했다. 미세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조개 껍질, 고등에게 잡아먹혀 생긴 구멍, 진흙 표면의 숨구멍과 모래공 등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큰 생태계를 표현했다. 조개의 구멍은 공원의 입구이자 정원의 입구로서의 역할하고 있다. 또한 갯주름의 연흔(ripple mark)을 통해 물이 빚은 땅의 주름을 디자인하여 자연의 무상한 아름다움으로 재생산했다.
▲ 시그니처가든은 구멍이 뚫린 조개를 통해 큰 생태계 공간을 보려했다. 미세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조개 껍질, 고등에게 잡아먹혀 생긴 구멍, 진흙 표면의 숨구멍과 모래공 등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큰 생태계를 표현했다. 사진은 시그니처가든, 물의 기억_이호영 & 앤드류 재크(Andrew Jaques).
조명 설계를 맡은 앤드류 재크(Andrew Jaques)는 이 공간이 세대를 아우르며 모두에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그래서 여러 번 다시 방문하고 싶은 저녁 환경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갯벌의 낮과 밤, 달라지는 조류에 빗대어 조명을 계획했다. 밀물에 비유한 낮 시간은 자연광으로 드러나고, 썰물에 비유한 밤은 바닷물이 빠져 뻘밭이 그대로 드러나듯, 각기 다른 정원의 모습들이 역동적인 조명 연출을 통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국내 작가 초청 정원
‘경외원(敬畏園. 이주은 작가)’은 ‘검은 물’이 담긴 수반이 인상적이다. 개막 행사의 일환으로 개막 첫날 도슨트 투어에서 만난 이주은 작가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졸졸졸 작은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물이지만, 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무서운 자연의 현상이 됐을 때 이것보다 더 큰 물소리, 더 큰 하늘의 재앙이 올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컬러 모티브로 사용된 검정 색은 갯벌을 상징함과 동시에 물의 엄숙함과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인간의 과욕과 자연에 대한 자만심의 결정체를 표현하기 위해 신소재인 유리섬유보강콘크리트(GFRC)를 설치하고 ‘앉음벽’에서 바라보도록 했다. 정원 안에서 물소리가 담장에 부딪혔다가 다시 울리는 하울링을 느껴보길 바란다.
▲ 이주은 작가의 ‘경외원'은 ‘검은 물’이 담긴 수반이 인상적이다.
▲ ‘검단선원(黔丹禪園. 최재혁 작가)’은 신을 모시던 ‘검단’이라는 땅에 대한 의미와 참선, 명상, 사색을 취하는 선원을 표현했다. 사진은 검단선원(사진 LH제공).
‘검단선원(黔丹禪園. 최재혁 작가)’은 신을 모시던 ‘검단’이라는 땅에 대한 의미와 참선, 명상, 사색을 취하는 선원을 표현했다. 작고 굽이도는 오솔길은 자연스럽게 혼자 천천히 걷게 만든다. 돌담을 돌아가면 샘이 흐르는 물을 만나고 회랑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자연을 바라보면서 참선,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이렇게 잠시 관객이 앉아 있다가 물을 건너서 귀로하지만 결국 입구로 이어지는 순환구조의 정원이다. 돌담을 걸어가는 경험, 기단을 내려가는 경험, 물을 건너는 경험, 작은 디딤석을 따라 나오는 경험 등을 통해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내적 평온을 찾기를 의도하고 있다.
검단선원과 학생참여정원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왼편으로 ‘자연의 물결(최원만 작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원의 중심에는 종이배 프레임과 엠보싱 수퍼 미러로 만든 쉘터가 있다. ‘자연의 물결’은 미러의 아래, 위, 사방을 비추는 일상의 모습이다. 맑은 날, 폭우가 쏟아지는 날, 흐린 날 등이 나타내는 물결, 밤의 별자리, 낮 동안 햇볕에 반짝이는 무성한 작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석양 등을 담을 수 있다. 또한 정원은 능선과 커다란 신나무 그늘 아래의 정원, 대나무 테라스로 만든 작은 전망대, 그리고 사람과 사물이 일렁이는 물결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자연의 물결_최원만 작가
공모 작가 정원
■ 자연으로 돌아오는 시간, 회원(回園)_최지은 작가
목재 루버 회전문이 열리면 이를 경계로 정원의 안과 밖이라는 공간 변화감이 극대화되는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주동선에 사용된 외나무다리는 신도시 개발에서 벌목된 수목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개발과 함께 사라진 옛 흔적을 되새기며 갯골과 구릉에서 찾은 해안과 대지의 주름을 이곳에 담았다. 목재 파고라에 앉으면 편안하게 사색하면서 정원의 프레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포장은 사라진 옛 안동포 염전에서 영감을 받아 물길의 속도를 줄이고,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옹기조각 포장의 패턴을 살렸다.
▲ 회원(回園)_최지은 작가
■ 심연풍경(深淵風景)_오태현
‘심연(深淵)’은 마음 내면의 가장 어둡고 깊은 곳이다. 갯벌은 여러 생물이 어우러져 삶을 영위하는 생명의 대지이다. 갯벌의 주름에서 정화와 치유가 이루어지듯, 작가는 고된 삶에 지쳐있는 내면에 위안을 주는 장소이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생명력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메탈체인을 이용하여 반짝이는 윤슬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메탈체인을 통해 빛과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체함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투과성 높은 메탈체인이 공간은 불리하되 경관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변화하는 경관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뫼비우스, 순환의 땅_류광하
물질이나 자연의 모든 것들은 순환하여 다시 돌아온다. 검붉은 갯벌은 순환, 무한함, 재생성을 나타내고 ‘뫼비우스’라는 구조와 생생한 자연으로 표현했다. 가장 아래 자연의 길이 놓이고 순환의 길, 재생의 길로 나눠 ‘뫼비우스’를 형상화한 꼬인 물결 형태로 갯벌이 무한히 펼쳐진 모습과 순환 동선을 연출했다.
▲ 물질이나 자연의 모든 것들은 순환하여 다시 돌아온다. 검붉은 갯벌은 순환, 무한함, 재생성을 나타내고 ‘뫼비우스’라는 구조와 생생한 자연으로 표현했다. 사진은 뫼비우스, 순환의 땅_류광하 작가
■ 그럼에도, 대지에는_김단비
김단비 작가의 정원 철학은 인간만이 누리는 정원이 아닌 풀벌레, 새에게도 양보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걷고 있는 길에 생명체들이 자라난다면 아무래도 불편하게 걷게 될 것이다. 생명의 기원인 대지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데 생명의 한 종류인 우리 인간은 과연 다른 종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정원에 반영된 것이다. 갯벌 역시 멀리서 보면 주름으로 인해 구역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주름은 서로 다른 관계를 연결시키고 있다. 이는 검단이 품고 있는 대지에 생명의 존재와 형태가 저마다 다르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 그럼에도, 대지에는_김단비 작가
■ 지렁이의 대지 바느질_박성준
이 작품은 대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갯벌과 대지의 산소 통로, 즉 숨길을 만들어주는 지렁이가 갯벌을 다니면서 만드는 무늬를 형상화했다. 자연의 변화를 보다 가까이서 바라보거나 만질 수 있도록 관람 동선의 깊이를 낮춰 낮은 시선에서 정원을 감상하게 된다. 작가는 지렁이와 같은 작은 생명체들이 매 순간 느낄 자연의 변화를 전달하고자 한다.
■ Before Sunset_김수린
갯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아래 ‘추억 속의 공간’, ‘낭만적인 갯벌’을 표현했다. 해가 뜨는 곳이 아닌 해가 지는 풍경이 더 익숙한 지역인 검단, 예전 검단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의 검단을 반영하기 위해 꼴라주 기법으로 이미지를 각색하고 평면을 얻었다. 해질녁 노을빛으로 물들었던 1860년대 검단 갯벌의 풍경이 되살아나는 형태다. 빛의 방향성을 만들어주어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았을 때 빛이 반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산과 바다 사이에는 갯벌이 있고 그 경계에는 주로 갈대가 있기 때문에 녹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다양한 그라스류를 사용하여 배치했다. 그라스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경관을 만든다.
▲ Before Sunset_김수린 작가
■ 기화요초, 신성한 숲의 물결_이양희 작가
이 숲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을 뜻하는 ‘기화’와 옥같이 고운 풀을 의미하는 ‘요초’로 구성되어 있다. 인천의 역사적 유물인 돈대를 모티브로 정원 깊숙이 갯바위 놀이돈대, 갯바위 전망돈대가 놓였다. 보행로는 지형을 따라 굴곡을 이루는데 이는 갯벌의 지형을 형상화한 것이다. 북측에는 기화, 남쪽에는 요초를 배치하였다. 평평하지 않은 보행로는 질퍽해서 걷기 힘든 갯벌을 떠올리게 하고, 지형의 흐름에 따라 픽셀화된 시설지가 두드러진다.
움푹한 지형에는 요초 숲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늘진 숲 자락과 따뜻한 숲 자락을 구분하여 식물의 사회성을 고려하여 식재했다.
▲ 기화요초, 신성한 숲의 물결_이양희 작가
해외작가 초청정원
■ Balancing Nature_앤디 스터전(Andy Sturgeon)
개막 행사를 맞아 내한한 앤디 스터전 작가를 만나 ‘Balancing Nature’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들을 수 있었다. “밸런싱 네이처 가든은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담고자 한 정원입니다. 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이번 정원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 즉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다. 단차를 올라가는 형태의 3개의 테라스를 만들어 더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밖에서 보거나 내부에서 경험할 때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테라스에는 얕은 깊이의 수반이 놓이는데, 인류가 농경생활 이래 자연 환경을 이용했거나 때로는 악용했는지 떠올리는 메시지를 담았다.
▲ (왼쪽 사진) 이번 행사를 위해 내한한 앤디 스터전 작가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 즉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정원이라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 개막 행사의 일환으로 개막 첫날 도슨트 투어에서 만난 이주은 작가.
작가는 코르텐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자연에서 만들어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르텐 벽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대형 조각품 같은 역할을 한다. 공간을 분할하기도 하고, 공간의 개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정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보호받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벽들은 건축과 건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간이 경관에 개입하는 방식은 인간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정원을 가로지르며 심어진 수목들은 인간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더라도 항상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정원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
3회를 맞은 LH가든쇼는 시민정원사 제도를 운영하는 등 주민 참여 형태로 정원을 가꿔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공공정원을 넘어 정원 문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프로젝트다. 현재 인천시에서도 자체적으로 인천 시민정원사를 모집하여 정원 가꾸기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수확은 한 번의 전시가 아닌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공정원이라는 점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정원이 아니라 정원 속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보길 권한다.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의 깊이를 느끼는 것, 정원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정원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이라는 이주은 작가의 말을 전한다. 그렇게 정원을 감상할 때 정원을 만든 작가가 어떤 의도로 어떤 포인트로 설계했는지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작품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 인천시와 LH공사는 시민정원사 제도를 운영하는 등 주민 참여 형태로 정원을 가꿔나가고 있다.
■ 찾아오는 길
○ 장소 : 인천 검단신도시 아라센트럴파크
○ 내비게이션 : 인천 서구 당하동 산36-1
○ 택시 이용시 : 독정역(인천2호선)에서 8분, 계양역(인천1호선)에서 10분,
풍무역(김포골드라인)에서 10분, LH검단사업단에서 4분
○ LH가든쇼 홈페이지 : https://www.lhgardenshow.com/html/3?type=designer&st=3ㅇ
글 김진희 i-View 객원기자(heeya810605@naver.com), 사진 김병선 i-View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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