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동인천에 마음 붙일 수 있는 카페를 만듭니다

발간일 2023.10.26 (목) 13:37
Made by 인천사람 ⑥
커피 한 잔을 통해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공간
‘토니커피하우스’ 조혜림 대표 인터뷰

어디서 만들었는지 보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개인의 독특함이나 차별성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죠. Made by 인천사람에서는, 인천사람이 만들어 더 특별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공간과, 그리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다룹니다.


▲ 매일 핸드드립 커피를 정성스레 내리는, 토니커피하우스 조혜림 대표의 모습

“제가 느낀 동인천은, 출퇴근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이 매일을 열심히 살고 돌아오는 곳이에요. 이를 통해 ‘정체된 도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정체된 도시를 다르게 보면, 변하지 않길 바라는 것들이 지켜지는 곳이더라고요. 그러니 사람들이 매일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낸 뒤, 돌아오는 게 아닐까요?”

동인천역 부근에 위치한 핸드드립 전문 커피 브랜드 ‘토니커피하우스’를 운영 중인 조혜림 대표(33)의 말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그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동인천으로 출근한다. 그리고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출근한 뒤, 다시 돌아온 이들이 마음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천 사람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커피와 공간에 대한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조혜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동인천으로 오다

올해 8월에 오픈한 토니커피하우스는, 이전부터 인천 시민에게 익숙한 브랜드다. 지난 6년간 동인천에서 ‘커피에 진심’인 브랜드로 사랑받았던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가 상호를 바꾸고 새롭게 오픈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혜림 대표는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의 유대형 로스터와 오랜 인연으로, 동인천에서 커피 브랜드 운영에 뛰어들게 됐다.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는 1986년 동인천에 문을 열었던 경양식집으로부터 시작한 브랜드였다. 유대형 로스터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곳으로, 90년대에는 매장을 200평으로 확장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카페로 리브랜딩을 하는 게 쉽지 않아, 당시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던 조혜림 대표가 합류하게 됐다.


▲ 운영 종료 전,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의 모습. 특유의 포근한 분위기와 커피 맛으로, 동인천 주민과 타 지역 사람들에게 ‘커피에 진심인 공간’으로 사랑받았다

“매일 같은 루틴으로 일하는 삶에 대한 동경과, 막연히 ‘커피 브랜드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에서 합류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 이골이 났거든요. 처음부터 매장 운영을 함께 한 건 아니었어요. 손님이 늘면서 매장 운영자로도 일하게 됐죠. 사실 저는 태어난 동네에서 이렇게까지 벗어난 적이 없어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동인천을 선택한 건, 이곳을 와야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시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토니커피하우스는 기존 브랜드의 리뉴얼이나 확장 이전은 아니었다.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는 그대로 운영하고, 조혜림 대표가 독립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단 두 사람이 일하는 공간에, 한 사람의 공백은 서비스적인 부분에서 불안정을 야기했다. 그래서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를 정리하고, 유대형 로스터가 토니커피하우스에 합류하게 됐다.

지역 주민의 사랑방이었던 공간과 운명처럼 만나다

여전히 서울에 거주하는 조혜림 대표가, 포지션을 바꿔 동인천에서 커피 브랜드를 오픈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동인천에 몇 년간 마음에 품어온 공간과 운명처럼 만났다.”라고 답했다. 해당 공간이 바로 현재 토니커피하우스가 위치한 자리다.

빛바랜 빨간 벽돌에 아치형 창으로 꽉 찬 건물 외관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 특유의 웅장함이 좋았지만, 부담되는 규모에 문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부동산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었다. 그때 조혜림 대표는 처음으로 스스로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된 출퇴근 탓에 동인천에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지만, ‘커피 브랜드 오픈’이라는 목표에 승부수를 던질 때라는 생각이 들어, 독립 자금을 이곳에 투자했다.


▲ 토니커피하우스 리모델링 당시 모습, 하이델베르그 호프에서 시간이 멈춘 공간의 철거부터 쉽지 않았지만, 조혜림 대표는 연세 지긋한 목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토니커피하우스 공간을 완성했다.

그는 직접 목수를 고용해 ‘동인천과 채도가 맞춰진 공간’을 만드는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세련되고 새것의 티가 나는 공간이 아닌, 오래전부터 비바람을 맞으며 주변과 채도가 맞춰진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공사 전부터 공간 내에 걸려있던 큰 액자도 그대로 두었다. 옥토버페스트라는 독일 맥주 축제의 한 장면이 담긴 액자였는데, 오픈 이후에는 이 액자를 알아보는 손님들이 있었다.

“이전에 이 공간에서 ‘하이델베르그’란 호프집이 운영되었어요. 알고보니 과거에 지역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였더라고요. 계약할 때는 몰랐는데, 리모델링 기간에 주민분들이 들어와 알려주셨어요. 토니커피하우스가 오픈한다는 소식에, 공간에 대한 반가움을 전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 토니커피하우스 공간 내에 비치된 독일 맥주 축제 액자(좌), 바이닐을 채운 책장(우)의 모습

큰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운 바이닐도 그가 말한 동인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바이닐은 유대형 로스터의 아버지가,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에 두었던 걸 그대로 가져왔다.

“오래전에 수집된 바이닐에는 그 시대가 그대로 묻어 있어요. 동인천도 마찬가지고요. 이처럼 억지로 만들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 토니커피하우스와 동인천을 어우러지게 만들어 주고, 우리가 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고 생각해요.

커피를 향유하는 공간 ‘토니커피하우스’

토니커피하우스의 운영 슬로건은 ‘가배시광(珈琲時光)’이다. ‘마음의 안정과 재정비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기 위한 평온한 때’란 의미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원제이기도 하다. 조혜림 대표는 커피를 향유하는 공간과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도 공간에 묻어갈 수 있는 것들로 선곡했다.


▲ 가배시광(珈琲時光)이란 슬로건과 잘 어울리는,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토니커피하우스 내부 모습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 영업 종료를 알렸을 때, 서운해하는 분들이 있어 놀랐어요. 누군가에게 우리 공간이 그렇게 큰 의미일 줄 몰랐거든요. 다행히 그분들을 새로운 공간에 오셔서, 예전처럼 같은 메뉴를 드시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감사했어요. 반갑다고 표현은 못 했지만, 서로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아도 편히 올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서울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잖아요. 마음 붙일만하면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요. 토니커피하우스는 그러한 불안 없이 그 자리에 열려 있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이와 함께 진심을 담은 커피 철학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다만 배치하는 커피를 하우스 블렌드, 싱글 오리진, 레귤러빈 이 세 가지로 간소화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핸드 드립 커피의 문턱을 높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커피 매장마다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니커피하우스의 커피 구성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방향을 선택했다.

“하우스 블렌드를 가장 무난하고 산미 없는 것으로 구성하고, 싱글 오리진은 로스팅을 중간 정도로 해서 밸런스에 초점을 맞췄어요. 쌉쌀하고 고소한 맛의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분들에게, 너무 생경한 커피보다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거든요. 어렵고 복잡해 보여서, 새로운 원두 맛을 경험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토니커피하우스에서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난다면, 다음 시도는 더 수월할 거라 생각해요.”


▲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토니커피하우스의 크림커피(우)와 10월의 레귤러빈 이미지(좌)

비범한 커피를 보편의 커피로 경험할 수 있는 ‘이달의 레귤러빈 이벤트’를 매달 진행한다. 블루노트 커피 로스터스 시절부터 진행한 이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커피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커피 가격 형성에는 품종 자체의 희소성이나, 가공 난이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요. 하지만 가격과 맛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아 카페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대의 커피를 소개하기 부담되죠. 토니커피하우스는 이러한 이유로 만나보기 어려웠던 커피를 레귤러빈으로 선택해요.

매장에선 커피 정보가 담긴 카드를 제공해요. 좋은 커피는 제공되는 정보가 많은데, 모든 분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거든요.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레귤러빈 이벤트의 일러스트 등을 매달 바꾸고 있어요.”


▲ 토니커피하우스의 핸드드립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커피 정보 카드의 모습

정성스레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처럼, 그는 모든 서비스에서 최대한의 성의를 소비자에게 전한다. 최근 쏟아지는 브랜딩 콘텐츠에,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판별하는 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속에서 진심에 진심을 쏟아 넣는 토니커피하우스에, 많은 사람이 꾸준한 애정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최소한의 책임감이, 매일 일하는 원동력이 된다

조혜림 대표는 ‘토니타코야키프린트‘란 이름으로 일러스트 디자이너 활동을 겸하고 있다. 커피 브랜드 운영과 함께 도서, 타 브랜드 디자인 일을 병행한다. 동인천에서는 뜨개 브랜드 ‘땡스thnx’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나만의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맞는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면, 맡은 일에 나를 아낌없이 갈아 넣어야 하더라고요. 물론 이 일들이 적성에 맞아서 가능한 일일 거예요. 특히 공간 운영은,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해요. 손님이 다시 방문했을 때, 똑같이 준비되어 있기 위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죠. 장사는 공부하는 만큼 돌아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매일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책임감’이 현실적이면서 제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 토니커피하우스
○ 주 소 : 인천 중구 우현로90번길 19-8. 1층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ony_coffee_house/

글 정시원 i-View 기자 / 사진 및 이미지 제공 토니커피하우스 조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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