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탐방] 1960년대 인천의 산부인과 병원은 어땠을까?

발간일 2019.10.14 (월) 14:50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맞아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가다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생명 탄생의 신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산부인과 병원이다. 1950~60년대 실제로 운영됐던 산부인과 병원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이다. 옛 병원 모습을 신기해 하는 어린이부터 추억을 찾아 방문하는 어르신까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 1층 진찰실




1960년대 산부인과 병원 모습 그대로 재현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은 동인천역 인근에 자리한다. 가천대학교 길병원의 초석인 이길여 산부인과를 2016년 기념관으로 꾸며 문을 열었다. 이길여 회장은 1958년 현재의 기념관 자리에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이후 1969년, 병원을 9층으로 증축했고, 1978년에는 전 재산을 털어 여의사로서는 국내 최초로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은 이길여 산부인과와 맞닿은 부지에 종합병원으로 지어져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1~3층에 마련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내부는 1950~60년대 당시 병원 모습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절절한 사연은 물론 따스한 손길로 생명을 맞아주던 의사 이길여의 정신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 1층 진찰실


기념관 입구에 서자 가장 먼저 ‘보증금 없는 병원’이란 현판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병원에선 환자들에게 입원 보증금을 받았다고 해요. 형편이 어려워 진료비를 못 내는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길여 산부인과에서는 환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접수대 앞에서 쩔쩔매는 환자나 행색이 초라한 환자가 보이면 따로 표시해 두었다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고 해요.” 안새봄 해설사의 설명이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대기실에 쌀, 배추, 고구마 옥수수, 생선 등이 즐비하다. 일부 진료비를 내지 못한 환자들이 보답으로 놓고 간 먹거리들이다. 진료실에서는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던 초음파기기와 자궁경부경 기기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는 ‘태아심박’ 측정 초음파기기가 4대 있었는데 그 중 한 대 였다고 해요. 인천에 있는 병원에서는 최초였죠. 당시 고가의 장비였지만 태아의 건강상태를 가족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어 들이는데 망설이지 않았고, 환자들은 태아의 심장박동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지역의 명물이었다고 해요.”



이길여 회장이 늘 가슴에 품고 다녔던 ‘청진기’도 유명하다. 진료받는 환자가 놀라지 않도록 청진기를 가슴에 품어 체온으로 덥혀 사용했다고 한다. 1층 한켠에 자리한 엘리베이터 역시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인천에 있는 병원 중에서는 최초로 설치되었는데 산모들은 엘리베이터 덕분에 병실을 자유로이 오 갈 수 있어 감동을 받았고, 동네 개구쟁이들은 신기함에 매일 엘리베이터 주변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엄준용 씨는 “1972년도에 동생이 이곳에서 태어났는데 그때 엘리베이터를 처음 봤어요.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모습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친구들과 매일 이곳을 헤집고 돌아다녔죠.”라며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 2층 입원실


2층에는 수술실과 분만 대기실, 입원실이 자리한다. 산모의 감격에 찬 얼굴, 입원해 회복 중인 산모와 그들을 보살피는 의사 이길여의 모습이 생생히 재현돼 있다. 1950~60년대만 해도 집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가 많았고, 병원 시설도 열악했다.


평생 처음 병원에 온 환자도 많았을 것이다. 2층에서는 당시의 사회상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품들, 미역국이 담긴 솥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길여 산부인과는 미역국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병원에서 먹었던 미역국 맛을 잊지 못해 퇴원 후에도 냄비를 들고 찾아오는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3층엔 이길여 회장이 직접 들고 다녔던 왕진가방 등 소품이 전시되어 있고,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또 영상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한 가천길재단의 모습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으며, ‘가천(嘉泉)’의 정신과 경영철학도 엿볼 수 있다.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 관람




시민들 보듬던 병원,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오래전 문전성시를 이뤘던 병원이었던 만큼 이곳엔 쌓인 이야기와 추억이 많다. 당시 이길여 산부인과 병원에 근무했던 이민옥, 이순희, 조은남, 차형수, 김현자 씨는 기념관을 찾아오는 것은 물론 모임을 만들어 돈독한 인연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태어났던 사람들의 추억담도 줄을 잇는다. 1967년 이 병원에서 태어난 김수정 씨는 “우리 집은 5남매인데 모두 이길여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께서 처음에는 여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찾게 되었는데 원장님이 진료해주실 때의 그 따뜻함과 친절함을 잊지 못해 이 병원의 단골이 되셨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이정순 씨는 “1970년대 즈음이었죠. 이길여 산부인과에서 공짜로 자궁암 무료검진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는데 그때 자궁암이 발견됐어요. 자궁암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아마 이 병원에서 무료로 검진해 주지 않았다면 모른 채 병을 안고 살아갔을 거예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천길재단 신명호 팀장은 “향후에는 4~5층을 연결해 관람객들의 휴게와 체험공간을 더 넓혀 편의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께서 기념관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Tip
​ 가는 길 : 중구 우현로 90번길 19-4

​ 관람 시간 : 09:00~17:00(점심시간 12시~오후 1시), 연중무휴(설 명절, 추석 휴무), 무료관람

​ 문의  032-770-1355



김지숙 기자 jisukk@hanmail.net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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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6 17:30:16.0

    예전에 방문한적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친절한 응대와 상세한 설명, 옛날 모습그대로를 간직한 공간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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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7:15:04.0

    진짜 사람같이 잘 만들어졌네요~ 옛날 병원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방문 해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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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4:23:53.0

    진짜 병원같네요~ 나중에 한번 방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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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3:13:03.0

    꼭 실제 병원 같아서 정말 신기해요~! 게다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이번 주말에 가족들과 방문해봐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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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2:40:07.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동인천 갈일있을때 방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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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1:52:55.0

    동인천에 놀러갔다가 들렀던 곳...
    진짜 사람같은 모형에 깜짝 놀랐드랬죠 ...
    가슴에 품은 청진기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가족들이랑 다시 방문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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