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시인은 왜 강화 산골에 책방을 냈을까?

발간일 2020.01.22 (수) 14:31

고려산 우공책방, 북스테이와 공방 체험 즐겨​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가 있다. 열자 탕문편에 등장하는 ‘우공이산’의 주인공 ‘우공’은 아흔의 나이에 집 앞을 막고 있던 커다란 산을 몸소 허물어 기어이 옮기는 데 성공한다.


강화 고려산 자락, ‘곁눈질하지 않고 저마다의 속도대로 뚜벅뚜벅’ 우직하게 한길을 가고 있는 산골책방이 있다. 시와 동화를 쓰는 김시언 작가와 금속공예와 나무공예 공방을 운영하는 김찬욱 작가 부부가 운영하는 ‘우공책방’이다.

▲'우공책방'의 인문학프로그램 (우공책방 제공)


영하권 추위가 계속인 1월 어느 오후, 고려산을 찾았다. 산골 마을은 해가 빨리 진다.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면 되련만, 산 너머로 해가 슬슬 넘어가자 도시 사람 마음은 바빠진다. 네비게이션도 헤매는 시골길에서 만난 책방, 이렇게 외진 곳에 서점을 낸 사연이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어요. 길병원, 영화관, 백화점이 모여있는 구월동 사거리에서 강화로 오게 되었죠. 구월동 살 때는 백화점이나 영화관 나들이 온 친구들이 자주 연락을 했어요. 당장 나오라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물어봤죠. 난, 왜 도시에 살고 있지? 마치 남의 옷 입고 있는 것처럼 도시살이가 불편했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의 작업실이 필요하게 되어, 7년 전에 강화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우공책방 김시언 작가


2013년 ‘시인 세계’로 시 부문, 2016년 ‘샘터 문학상’으로 동화 부문을 등단하게 된 김시언 작가는 원래 계약직 교열기자였다. 인천일보, 주간경향, 아주경제 등 여러 신문사에서 교열기자로 활동했던 김시언 작가는 계약직의 애환을 담은 시와 인천의 오래된 마을에 대한 글을 써왔다.


“현실 세계의 민낯을 그려낸 시와 근현대사를 풀어낸 동화를 쓰고 있는데요, 제가 좀 천천히 가는 편이에요. 글은 엉덩이로 쓴다잖아요. 느려도 꾸준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서점 이름이 ‘우공책방’이에요. 무엇을 옮기는 ‘우공’이 되어야 할까 고민 해봤는데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제 글의 독자나, 이 작은 책방을 찾아주신 분들이 편견이나 미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좀 더 열린 세상을 만나셨으면 해요. 책방 상징이 물고기인데요,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항상 눈을 뜨고 있대요. 물고기처럼 언제나 깨어있고 싶어요.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큰 산도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꺄악’ 비명에 화들짝 놀라자, ‘우공책방’의 마스코트인 양치기 개 ‘둘리’가 컹컹 짖는다. 고라니 소리에 호들갑을 떤 도시 사람은 머쓱해진다. 새삼 깊은 산중이구나 싶다.

김찬욱 작가의 공방


완성된 빵도마 (우공책방 제공)


“집은 2018년 3월에 입주했어요. 이 마을 이름이 연꽃마을인데요, 소개받았을 때 여기구나, 싶더라고요. 땅을 살 만큼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인연이 되려니까 기적적으로 계약금이 마련되었어요. 사실 집이 크지 않아요. 짓기에 앞서, 남편이 모눈종이에 매일 그림을 그렸죠. 머릿속에서 수십 채 짓고 헐었을 거여요. 어느날 남편이 벽을 꺾어 보더라고요. 그렇게 구조를 정했더니 마당도 안락해졌고, 실내도 넓어 보이는 효과가 생겼어요. 물론 자금이 좀 더 넉넉했으면 좋았겠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궁리를 했네요. 우리 부부가 갖고 있던 책 8,000권을 1층과 2층에 나눠 꽂으면서, 책방에 대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는데요, 본격적인 시작은 2019년 6월부터였어요.문을 열자마자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와 ‘2019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어요. 특히 작은 서점 지원사업은 전국에서 19곳 뽑혔는데, 인천에서는 우리가 됐어요. 운이 좋았죠.”


‘딸기책방’, ‘책방시점’과 진행한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강화사람들과 소통하며 특색있는 지역문화를 만들어 간 새로운 실험이었다. 상주 작가인 김남일 작가와 함께한 ‘고전 읽기’ 강좌는 문화 소외지역 주민들에게는 단비 같은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지속 가능한 동네서점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어요.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사업의 일환이었던 ‘시 읽기와 나무공예’도 반응이 좋았죠. 8월부터 총 10주 동안 강화의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하여 사는 이야기를 나눈 후 나무공예 수업이 이어졌거든요. 참가자들은 각각 빵도마를 두 개씩 만들었는데요, 완성품 중 한 개는 강화의 여러 문화공간에 기증하였어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즐거움에 나눔의 기쁨까지 더해져 더욱 의미가 깊었죠.”

우공책방 2층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이제부터는 숲의 시간이다. 자작나무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섭지만, 나무 향이 은은한 이층집은 포근하다. 두메산골에서 책과 더불어 고요한 하룻밤이라니, 절로 힐링이 될 것 같다.


“2층은 북스테이 공간이에요. 큰방은 최대 다섯 분, 작은방은 두 분이 머물 수 있어요.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각기 달라요. 큰방에서는 고려산 줄기가, 작은방에서는 마당과 맞닿은 산이 보이죠. 쉼터에서는 적석사가 눈에 들어오고요. 김찬욱 공방장 음식솜씨가 좋아서, 북스테이 손님께는 저녁과 아침을 대접하는데 다행히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이곳은 펜션이 아니고 북스테이니까요, 가만히 독서를 하거나, 사색을 즐기는 손님이 대부분이세요. 작가분들이 글을 쓰러 오기도 하고요. 도시의 번잡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쉼터이지요.”


잘 나가는 독립서점과 비교될 때는 조급함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알기에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이시언 작가에게 소망을 물었다.


“책을 꼭 우리에게 주문하는 단골이 계세요. 책방이 문 닫을까 걱정되어 자꾸 이용하게 된다나 봐요. 그런 진심이 감동이잖아요.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아니까, 저는 더디게 가려 해요. ‘우공이산’의 다짐으로요.”


■ 우공책방 주소 :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연촌길 77-10, 전화 032-463-0989 


글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사진 우공책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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