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드로잉’으로 표현된 감성높은 인천인물, 풍경들

발간일 2020.01.08 (수) 16:58

일상을 나누는 그림쟁이 모임
‘어반스케쳐스 인천’


아이들에게 그림은 놀이다. 손에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여주면 도화지뿐만 아니라 벽이며 바닥 할 것 없이 가능한 모든 곳에 그림을 그려 놓는다. 벽지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 놓아 엄마에게 야단맞는 일이 다반사다.


그리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보고 느낀 대로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워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른 사람 과 비교당하고 핀잔까지 듣고나면 그림 그리는 것이 더는 즐겁지 않다. 미래를 고민할 나이가 되면, 그림은 특별한 사람이나 그리는 것이라 생각되어 그림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어른들의 모임이 있다. 그림 그리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어릴 적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일상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논다.

그림을 그리는 어른들의 모임 ‘어반스케쳐스 인천’



“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에요. 미술학원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어요. 학교 미술수업 시간에 받은 교육이 전부죠. 데일리드로잉은 일종의 그림일기예요. 하루의 일상을 글이 아닌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거죠. 그것이 어느 한순간일 수도 있고, 인물일 수도 혹은 동물이나 사물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드로잉’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하루를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매일’이에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수다가 쌓이면 서사가 되고 예술이 되는 거죠.”


드로잉 강사로 일하는 그림쟁이 ‘마법사’는 데일리 드로잉을 SNS에 올리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림 그리는 일상을 전파하고자, 그림 그리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인천 곳곳을 다니며 드로잉하는 ‘인천스케쳐’로 시작된 모임은 ‘화요일 무조건 11시 드로잉’으로 확장되어 매주 화요일에도 함께 모여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는 모임은 아닙니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도, 그림이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인천의 여러 곳을 찾아가서 함께 그리고, 감상하고,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필요한 도구는 각자 알아서 가져오고 시간과 장소만 함께 정해서 모입니다. 11시부터 그림도 그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두세 시간 정도 함께 합니다. 혼자서 그리는 것보다 같이 모여서 그려야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어반스케쳐스 인천 Urban Sketchers Incheon’ 송년회


‘어반스케쳐스 인천 Urban Sketchers Incheon’ 송년회

화요일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갱양’은 직장을 그만 두면서 ‘겁도 없이’ 평일 오전 드로잉 모임을 만들었는데, 열정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1년 동안 한주도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백운역 앞 카페 ‘꼬앤모모’를 시작으로 북성포구, 화도진, 배다리 차북카페, 숭의동 수봉정류장, 구 제물포시장, 신흥동 관사마을, 파라다이스시티, 카페 꼼마, 카페 팔레트, 인천아트플랫폼, 카페 돌심방, 백운공원, 부평시장, 송도 센트럴파크, 스퀘어원, 인천시청역, 연안부두 해양광장, 부평아트센터, 인천서점 등 말로만 듣던 인천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때론 서울과 부산에서 모임을 가졌고,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에 참여해서 전국의 어반스케쳐들을 만났다. 문화공간 스페이스빔과 함께 배다리 생태 동산의 봄, 여름, 가을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풀꽃 전시회’를 열었다.


이 기운을 몰아서 ‘어반스케쳐스Urban Sketchers’ 글로벌단체에 ‘어반스케쳐스 인천Urban Sketchers Incheon’ 공식 등록을 준비 중이다. 어반스케쳐스의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어반스케쳐스는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아티스트들의 국제적인 단체로 삶의 장소나 여행지의 생생한 현장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도시별로 어반스케쳐스 모임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수원, 제주, 울산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어반스케쳐스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SNS를 통해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자격조건은 없다. 어반스케쳐스 모임은 구글에서 ‘urbansketchers + 도시명’으로 검색할 수 있다.


‘어반스케쳐스 인천 Urban Sketchers Incheon’ 송년회


2019년 마지막 날, 구월동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이너프’에서 ‘어반스케쳐스 인천Urban Sketchers Incheon’ 송년회가 있었다. 특별한 날이라 어반스케쳐스 서울 회원들도 참여했다. 28명의 그림쟁이가 모여 일 년 동안의 모임을 영상으로 나누고, 스케치북을 전시하고, 그림 도구를 나누는 장터를 열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송년회에서도 예외 없이 자기소개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나누었다. 더욱 풍성해진 2020년 새해의 계획도 세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인천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서 그림으로 기록하고, 1박 2일 강화드로잉모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리는 아시아 링크 스케치워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각자 부지런히 돈을 모으기로 다짐했다.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표현기법을 서로 알려주는 워크숍도 진행하기로 했다.

‘어반스케쳐스 인천 Urban Sketchers Incheon’ 송년회


회원들 각자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요”, “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어요,”, “관찰력이 늘어 새롭게 주변을 인식할 수 있어요.”,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삶이 힘겨울 때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등등.


그림은 혼자서도 그릴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나누는 일은 조금 특별하다.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손의 감각이 다르다. 한 공간을 많은 사람이 함께 그려도 모든 그림이 다 다른 이유다.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 따위는 없다. 다양한 그림만이 있을 뿐이다.

“그림은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는 직관적인 면이 있어서 그림을 그린 사람을 그대로 보여줘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힘이 강하죠. 그림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말로 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정말정말 좋아요.” 정기모임에서 만나는 것 외에도 SNS를 통해 각자의 데일리드로잉을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혼자 그리는 것도 좋지만 그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 짜릿하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던 기쁨이 마음 한 편에 숨 쉬고 있다면 ‘어반스케쳐스 인천’의 문을 두드려보자. 그닥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려져 있는 그림쟁이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읽고, 모임 정보를 확인하고, 약간의 용기와 조그만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약속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 엄청난 환대와 응원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어반스케쳐스 인천 Urban SKetchers Incheon

 https://www.facebook.com/groups/USKIncheon

 https://www.instagram.com/tuesday11drawing/



글· 사진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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