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강화가면 이 집 김치만두는 꼭 먹어 보세요

발간일 2019.12.04 (수) 14:24


2대째 손으로 빚은 정성,
온수리 ‘학생분식’​


코끝 시리도록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엄마는 겨울이면 양푼 가득 다진 고기, 숙주, 묵은지, 두부를 으깨어 하루 종일 만두를 빚으셨다. 쟁반 가득 담긴 만두 모양은 울퉁불퉁 했지만,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육즙이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못생긴 만두는 가족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만두소를 더 눌러 담았던 엄마의 마음이었다.


▲학생분식 칼국수


지난 25일, SBS ‘생활의 달인’에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황해도식 만두가 소개 되었다. 화면에 등장한 가정식 만두를 보니 엄마가 빚어줬던 손만두가 떠올라 곧장 만두집이 위치한 강화 온수리로 달려갔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골목 안, 이른 시간인데 줄이 길다. 가게 오픈부터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재료 소진으로 영업이 마감되었습니다.’는 야속한 메시지가 붙는다.


“어제도 12시 조금 넘어서 마감을 했어요. 어떤 할머니는 방송 보고 대구에서 오셨다더라고요. 저희 가게는 일일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팔 수 있는 물량이 정해졌어요. 그동안 하루에 대략 천개 쯤 나갔는데, 요즘에는 이천 개 쯤 파나 봐요. 아내, 장모님, 이모님, 처남 등 온 가족이 총 출동 해도 감당이 안 됩니다. 매스컴이 대단하네요.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데, 걱정이 앞서요. 이러다가 단골손님들이 소외 되실까봐. 단골손님이 많아서 가게가 잘 되었거든요.”


만두빚기에 온가족이 총출동 했다.


▲속이 꽉 찬 학생분식 만두


부모님에 이어 13년째 학생분식을 운영하고 있는 서종국 사장에 따르면, 본디 이 자리는 1986년부터 어머님께서 콩국수와 칼국수를 판매했던 작은 분식집이었다.


“어머니만의 콩국수 비법이 있었어요. 여름에는 콩국수, 겨울에는 칼국수를 팔았는데 오토바이 3대로 배달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죠. 그래도 메뉴가 단순하니까 부모님께서 뭘 추가 할까 고민이 많으셨나 봐요. 마침 옆집 할머니께서 황해도 출신이셨어요. 그 할머니가 황해도식 만두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죠. 아버지께서 제대로 만두피를 빚기까지 고생 많으셨어요. 중국집에 가서 기본 반죽하는 법도 배우고, 어디서 ‘누가 만두를 잘 빚더라.’ 소문을 들으면 쫓아가서 배우셨죠. 그렇게 몇 년 시행착오를 겪은 후, 대략 27년 전 쯤에 기본 레시피가 완성 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어깨너머 배웠던 만두 빚기는 세월이 흘러 아들에게 이어졌다.


“어머님께서 가게 운영 하다가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식당 일이 그래요. 끼니를 놓치기 일쑤거든요. 제가 가게를 이어 받은 후 결혼을 했는데, 아내 덕분에 만두 레시피가 업그레이드 되었어요.”


평소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내는, 밀가루 특유의 냄새를 잡고, 만두 모양을 좀 더 보기 좋게 다듬자고 조언했다.


“제가 고집이 있어서, 처음에는 아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저희 집은 모양 보다는 양 많고 맛있는 집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계속 그러더라고요.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니냐고. 황해도식 만두는 표면이 쪼글쪼글해야 예쁘거든요. 평평하게 나오지 않도록 반죽에 신경을 썼죠. 그리고 밀가루 냄새를 잡기 위해서 몸에 좋은 강화 사자발 약쑥 엑기스를 반죽에 넣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치댄 만두소


잘 빚어진 만두


밀가루 음식을 잘 소화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는 서종국 사장. 강화 특산물인 사자발 약쑥을 넣은 후 단골손님 연령이 다양해졌다고. 농촌마을 특성상 학생분식의 주 고객층은 동네 어르신들이었지만, 사자발 약쑥을 넣은 만두가 입소문을 타자 멀리서 만두를 사가는 젊은 사람들이 늘었다.

속이 꽉 찬 달인표 만두 맛이 궁금했다. 단무지가 곁들여지는 여느 만두집과 달리, 살짝 푸른 기운이 도는 황해도식 만두와 함께 김치가 나왔다. 잘 익은 묵은지 냄새가 코끝에 닿자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만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쫄깃한 만두피와 감칠맛이 나는 만두소의 궁합이 일품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묵은지가 심상치 않다. 순식간에 만두 한 접시를 다 비운 후 속 재료 비법을 물었다.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무조건 손으로 치댑니다. 대개 기계로 재료를 섞는데, 그렇게 하면 곤죽이 되거든요. 씹는 맛을 살리려면 손으로 치대야 해요. 그래야 속 알갱이가 다 보일정도로 재료가 뭉개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만두의 핵심인데요, 바로 황해도식 묵은지에요. 먼저, 김치를 담글 때 고두밥에 강화 새우젓을 섞어 주먹밥을 만들어요. 두껍게 만든 주먹밥 위에 엿기름을 둘려 식혜처럼 삭히는데요, 잘 삭으면 고춧가루 넣고 주먹밥을 부숴 양념과 함께 버무립니다. 이렇게 하면 설탕과 풀 같은 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개운하고 깔끔한 김치가 탄생하지요. 완성된 김치는 네 곳에 나눠 보관합니다. 김치 맛은 발효가 좌우하더라고요. 당장 먹을 김치는 서늘한 실외에 두고, 일부는 그냥 땅속, 북향 땅속에 묻어요. 나머지는 저온창고에 두고 1년간 묵힙니다. 그 후에 실외, 땅속, 북향 땅속, 저온창고 순으로 꺼내 활용 하는데요, 김장김치 고유의 맛이 잘 우러났을 때 물로 한번 씻어서 만두소로 씁니다. 아무래도 단골손님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어서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시거든요. 속이 편해지실 수 있도록 고춧가루를 씻어 냅니다.”


단골손님들의 소화를 돕게 하려는 배려가 맛의 비결이었으니, 만두 한 접시에 담긴 인심이 꽁꽁 언 추위까지 녹일 것 같다.


황해도식 만두 한접시와 김치​


학생분식 서종국 사장

마지막으로의 앞으로 소망을 물었다.

“33년간 대를 이어온 은둔 식당이라고 해서 취재 요청이 많았어요. 유명세를 타면 초심을 잃어버릴까봐 전부 거절해왔죠. 생활의 달인도 촬영 전날까지 아내가 반대 했었어요. 모든 게 바삐 돌아가는 시대에, 우리만 기계화를 거부하고 융통성 없게 손으로 작업 하고 있잖아요. 손님이 많아져도, 매출이 크게 늘지 못하는 구조거든요. 일찍 마감할 수밖에 없으니, 기껏 찾아왔다가 발걸음 돌리는 고객분 들에게 송구한 상황이지요. 제가 손님들께 여쭤봤어요. 일부러 찾아 올 만큼 맛있습니까? 다들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대단한 맛 보다는, 꾸준히 기본을 지키려 하는 정성을 알아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만두를 못 드시고 돌아가신 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어요. 대신 한결같은 맛으로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학생분식’ 될 것을 다짐해봅니다.”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댓글 0

댓글 작성은 뉴스레터 구독자만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 뉴스레터 신청시 입력하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주세요.

Main News

Main News더보기 +

많이 본 뉴스

주간 TOP 클릭
많이 본 뉴스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