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소소한 동네이야기도 예술이 되네요!

발간일 2019.12.02 (월) 14:37


학산마당예술
‘놀래’, 미추홀구 21개동 200명 주민 참여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정석 고등학교를 지나 조금 더 가다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은 4층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미추홀구 문화예술의 구심점인 ‘미추홀학산문화원’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과 표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마당’이다. 지난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이 마당에서 시민창작예술제 학산마당예술 ‘놀래’가 펼쳐졌다.


<동네, 살아지다> 전​


올해로 여섯 해를 맞는 학산마당예술 ‘놀래’는 미추홀구 마을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문화예술로 풀어내고 신명 나게 함께 즐기는 시민창작예술제다. 2019년 올해는 ‘미추홀수다’라는 주제로 미추홀구 주민들의 이야기를 마당극 공연으로 풀어내고, 곧 철거될 주안3동을 시각 예술로 담은 ‘동네, 살아지다’ 전시회를 마련했다. 미추홀구 21개 동을 중심으로 2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예술가와 함께 우리의 삶과 마을의 이야기를 예술 활동으로 꽃피웠다.


“미추홀구의 마을공동체,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복지관 등과 연계해서 어린이부터 팔순의 어르신까지 다양한 시민 마당 예술동아리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예술가와 시민이 공동 창작하는 마당극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함께 활동할 동네 주민들을 공개 모집합니다. 봄에 시작해서 6~7개월 동안 각 동아리는 극을 만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함께 모여 삶의 공간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추억과 기억을 떠올려 나누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그 이야기들로 대본을 씁니다. 거기에 춤, 노래, 풍물, 난타, 영상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더해서 풍성한 극을 만들어냅니다. 시민들이 대본부터 연기까지 직접 참여하면서 지역과 이웃에 대해 돌아보고 나를 찾게 되는 과정, 그것이 생활문화예술이 갖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산문화원의 이의록 실장은 문화 자치활동이 마을공동체가 더 단단해지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글보다 꽃할매


햇볕 좋은 가을날 시민공원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민창작예술제가 돼지 열병으로 연기되면서 추운 늦가을 미추홀학산문화원(학산소극장)에서 열리게 됐다. 넓은 야외공간에서 펼쳐야 할 전시회와 마당극을 좁은 실내에서 진행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지역 활동가들은 1층 야외 주차장에 작은 먹거리 마당을 마련하여 오뎅과 커피로 관람객들의 추위를 달랬다. 3층 로비에는 ‘동네, 살아지다’ 전시회가 마련됐다. 마을 주민들이 예술가와 함께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혹은 사라지는 장면과 이야기들을 사진, 판화, 그림으로 담았다.

 

‘우리는 곧 사라질 동네에 대해 시선을 두었다. 주안3동 일부가 조만간 허물어지고 새로운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많은 추억과 역사와 이야기가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한 동네가 사라진다.’ 시민들이 예술가와 함께 동네 주민들의 아쉬움을 기록하고 작품화 했다.


동네 이미지를 토대로 개별 목판화와 공동으로 작업하는 대형 목판화를 제작하고,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과 투명 아크릴판으로 집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종이상자를 쌓고 모아 가상의 동네, 사람의 관계를 만드는 집체적 조형 작업과 이제는 사라진 ‘주인선’을 소재로 한 전시도 마련했다. 전시회는 12월 말까지 이어진다.


도화

4층 소극장에서는 4일간의 다양한 초청, 축하 공연에 이어 예술제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오후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당 예술동아리 경연 마당이 열렸다. 올해는 12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노년층, 중년층, 청소년, 어린이들로 구성된 다양한 팀들이 연극, 영상극, 난타극, 풍물극 등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준비했다. 아침부터 학산문화원 모든 공간이 북새통을 이뤘다. 리허설 준비로 학산문화원 담당들과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뛰어다니고, 참여하는 극단 동아리 회원들은 의상을 차려입고 분장을 하고 리허설 순서를 기다렸다. 리허설 무대에서는 조명, 음향, 영상, 세트, 동선 등을 체크 하는 손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2시 조금 넘어 경연 무대가 시작됐다. 마당예술 공연 경연에 앞서 학산 어린이노래단과 행복한 합창단이 축하 공연으로 ‘지국총’을 불렀다. ‘지국총’은 인천지역에서 오랫동안 불려온 어부들의 노동요다.


미추홀 원천콘텐츠 프로그램을 통해서 발굴하고 재창작하여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어린이노래단은 랩을 곁들인 밝고 경쾌한 곡으로, 합창단은 무겁고 구슬픈 곡으로 편곡하여 노래했다. 봄부터 시작된 마당 예술동아리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고 본격적인 경연 마당이 시작됐다.


다문화 며느리들의 이야기, 시각장애인들 이야기, 아이들의 교육 환경, 청소년들의 삶의 고민, 어르신들의 외로움, 위기에 처한 환경문제, 마을의 역사, 사라지고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극으로 표출하고 관객으로 참여한 이웃들과 소통하고 공감했다.


“도시개발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역사와 삶을 돌아보는 작품들에 마음 찡한 순간도 있었고, 지역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상세하게 담아낸 작품성 깊은 공연도 있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힘이 지역 문화를 가꾸고 지키고 발전시킨다고 봅니다.”



해마다 성장하는 예술제의 모습을 지켜봐 온 문경숙 씨는 올해 100인의 주민심사단으로 참여했다. 집중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경연형식으로 진행된 마당극 공연은 전문심사단과 사전에 지원 선발된 100인 주민심사단이 평가를 맡았다. 무대에 오른 극의 형식과 내용이 너무도 다양하고 저마다의 울림이 있어 점수로 평가해서 순위를 매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모든 동아리에 다양한 상이 수여됐다.

“이웃들과 함께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3년째 작품을 만들어서 경연 마당에 참가하고 있는데, 작품 구상을 할 때는 아이디어도 안 나오고 대본이 나오기까지 힘든 과정이었지만, 같이 만들고 빡센 연습을 하고 나서 무대에 오르면 진짜 여한이 없을 만큼 뿌듯하고 감동적입니다. 물론 아쉬움도 남지만, 다음번에 더 잘하자고 다독이면서 동아리가 성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도화2.3동 마당예술동아리 마당지기 조현경)


“일년 동안 지역에서 활동한 주민들이 모여서 한바탕 잔치를 벌인 느낌입니다. 마을 잔칫날 국수 삶아 나눠 먹고 웃고 떠들며 한 해를 보내듯이 ‘놀래’가 그랬습니다. 1층 운영 부스에서 날씨가 추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서 추운 줄도 모르고 5일 동안 함께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주민활동가 민후남)

“<동네, 살아지다> 전시 제목처럼 동네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옆에서 계속 살아가는 주민들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는 전시였습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 잊히고 사라져가는 마을을 그곳에 살았던 주민들과 기억하는 뜻깊은 작품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기획전시 참여자 백목련)


체험행사(좌), 코스모스 핀 장사래(우)


▲학나래두드림(좌), 학익2동(우)

주민이 중심이 되는 예술제를 위해 학산문화원 담당자들과 예술가, 마당 지기들은 여러 번의 사전회의를 통해 예술제를 함께 기획하고 동아리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참여형 축제는 오랜 시간과 세심한 기획이 필요하다. 축제는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 기획자, 참여자 모두가 신이 나서 즐기다 보면 축제는 아름답게 꽃을 피우게 된다. 마을과 이웃의 이야기를 찾아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이야기 가득한 마을로 만들어 가는 시민창작예술제 학산마당예술 ‘놀래’가 미추홀구 주민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 모두에게 신명 나는 축제로 확장되기를 바래본다.

 

<미추홀학산문화원>

○ 주소 : 미추홀구 인하로 126 (용현동)

○ http://www.haksanculture.or.kr/

○ facebook @mchhaksan
○ 전화 : 032 866 3993~4 



글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사진 미추홀학산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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