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그의 손에서 쓰레기는 꽃이 된다

발간일 2019.11.11 (월) 16:39


리사이클링 작가, 별하


인간은 무정하다. 본인들이 물건을 만들어 일정기간 쓰고는 뒤도 안 보고 버린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던 물건은 쓰레기라는 오명으로 죽어간다. 별하(본명 조형진)씨는 업사이클 작가다. 그의 손이 닿으면 쓰레기는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다.




죽은 쓰레기를 다시 살리는 업사이클


업사이클은 쓰레기로 버려질 물건들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별하는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꽃을 접고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일을 한다.


별하가 버려진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별하의 어린시절은 가난했다. 지하 단칸방에서 8식구가 같이 살았다. 5명 누나들의 옷을 물려받아 입어야 했고 누나들의 빨간 내복이 그의 차례에 올 때면 헤어져 허연 살이 보였다. 직접 내복을 꿰매어 입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티셔츠 사이로 빨간 내복이 삐죽 튀어나오면 아이들은 그를 놀렸다.

 

실과시간에 바느질 솜씨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뛰어나 선생님께 칭찬받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키가 작아서 번호 1번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곁에 친구들은 없었다. 학교도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혼자서 지내던 시절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게 쓰레기였다.

                                                                                                 ▲리사이클링 작가, 별하


고물상하던 아빠가 동네를 돌며 고물을 주워 오는 게 싫었던 어린시절, 아버지를 돕다 보니 재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레기가 다시 물건으로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빠의 직업도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아버지가 주워 온 물건을 고쳐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이 웃어주고 잘 한다 칭찬하자 그는 힘을 얻게 되었다.


버려진 고무줄과 나무를 이용해 고무줄 총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신문지로 연을 접어 선물하자 친구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누나들이 많다 보니 미용에도 관심이 많았다. 네일아트와 미용을 부모님 몰래 배웠다.

2000년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그때 당시 남자미용사는 거의 없을 시절이었고 아버지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고 미용 일을 관뒀다.


새롭게 용접일을 배우면서 다시 버려진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버려진 고철에 열을 가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버려진 과자봉지가 꽃이 되었고, 버려진 냉장고는 공구함이 되었다. 과일 스티로폼은 탐스런 꽃으로 피어나고 버려진 누구네 마루조각은 그의 집이 되었다.


“잘 살았다면 제가 작가 일을 안 했을 것 같아요. 워낙 집이 어렵다 보니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습니다. 버리는 것을 잘 못하겠더라구요.”


사이즈가 맞지 않는 운동화 뒤를 잘라 슬리퍼도 만들었단다. 신어보겠다며 신고 있던 신발을 벗자 구멍 난 양말사이로 발가락이 삐죽 나와 헤헤 웃는다.




혈액암과 싸우다


그는 현재 혈액암과 싸우고 있는 암환자다. 2017년 암 진단을 받았다. 만성피로에 시달렸던 그는 70kg되던 체구가 50kg가 되면서 병원을 찾았다. 4.2cm의 종양이 발견되었고 의사에게 살려만 달라고 매달렸다. 손은 점점 마비가 되어가고 현재 왼쪽 눈은 실명이 된 상태다.


그는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자연 리사이클장을 만들 겁니다. 갈대로 아이들에게 활을 만들어 줄 것이고, 논에 썰매장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이 와서 썰매를 타게 해줄 거예요.”





지난달 영종역에서 그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작품전시회에 참관했던 초등학생들에게 그는 쓰레기가 어떻게 부활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미리 버리는 것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어요. 버리려고 했던 물건을 이용해서 모자도 만들어주고 꽃도 접어주고 팽이도 만들어주자, 역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를 싹 모아서 집으로 가져가더군요. 영종역장님이 감사하다며 선물을 주신다 길래 버리는 것으로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것을 받아왔습니다.” 그의 작업장 입구에 깔린 빨간 카펫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그의 모습이 해맑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그가 이 무거운 것을 싣고 이곳까지 왔을 생각을 하니 존경심이 든다.





“꿈이요? 영종도에서 공방을 하고 싶어요. 작은 테마파크를 꾸며 지역화폐로 공항서 내린 외국인들도 사고 싶은 물건 살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곳에 와서 씨앗을 심어 다음해 꽃을 볼 수 있는 꿈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주워 온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쓰레기를 줍고 버려진 물건을 모으는 그는 아마도 병들어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별에서 온 어린왕자인지 모른다.



이현주 i-view기자 o7004@naver.com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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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2 10:12:26.0

    너무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지구를 지키는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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