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65년 된 한옥집에서 마시는 '맥주’는 특별하다

발간일 2019.10.16 (수) 16:00


동인천 골목 한옥가맥집 ‘온도’


한옥가맥집​ ‘온도’


‘가맥’은 1980년대 전주에서 시작됐는데, 동네 슈퍼에서 황태, 오징어, 달걀말이, 봉지 과자 같은 안주에 맥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술 문화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레트로 감성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가맥집이 서울 익선동, 연남동, 경주 황남동, 김해 봉리단길에 이어 동인천에도 문을 열었다.


80년대 동인천 최대 상권이었던 이집트 골목 은밀한 곳에 한옥가맥집 ‘온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옥가맥집인 ‘온도’는 35세 청년 송효종씨가 독특한 술 문화에 반해 8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오픈했다. “제가 술 마시는 걸 참 좋아하는데, 어떤 술집을 가면 특별한 안주가 없는데도 술맛이 너무 좋은 거예요. 생각해 보니까 오래된 공간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느낌의 술집을 만들면 나와 감성이 비슷한 술손님들이 찾아오겠구나 생각했어요.”


맘에 드는 공간을 찾아 중구 구도심 일대를 1년 동안 탐색한 끝에 지금의 한옥을 만났다. 동인천에서 신포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이집트 골목은 인천 토박이라면 잘 아는 곳이지만, 30년 전통 ‘늘봄분식’ 뒤쪽 작은 골목에 한옥이 있는 걸 눈치 챈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송효종 대표




맥주를 고르는 재미, 독특한 전용잔도 특별한 매력


작은 골목에 낮게 앉아 있던 한옥 살림집이 송효종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붕이 있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마당과 마당 둘레로 ‘ㄱ’자 형태의 한옥이 자리했다. 수돗가가 있는 정겨운 마당과 마당 쪽으로 창문이 난 방이 맘에 들었다.


살림집을 가게로 바꾸면서 내부 벽체를 헐어내고 천정을 걷어냈다. 천정 속에 숨어있던 서까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 상태도 좋았고 상량대에는 멋드러진 붓글씨로 큼지막하게 쓴 상량문도 있었다. ‘단기 4288년 윤삼월 이십일’, 1955년 음력 삼월 이십일이 이 집 생일이다. 65년의 세월을 살아온 한옥은 30대의 새로운 주인과 20대의 참신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 새로운 공간 ‘온도’가 되었다.





원래 모습 그대로인 마당 수돗가에 스테인리스 대야가 놓여 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하나쯤 있었던 ‘스테인레스’대야를 보니 반갑다. 마당을 지나 실내로 들어서면 우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 서까래 아래 좌식으로 꾸민 내부가 포근하다. 바닥에 놓인 나무 소반과 방석은 동인천역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샀다. 오래된 시장에 가니 공간에 어울릴 물건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떤 맥주를 갖다 놓을지 많이 고민해요. 특별함을 주고 싶어서 되도록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맥주들을 선택합니다. 멀리 찾아가서라도 제가 직접 먹어보고 결정해요. ‘온도’에서는 라거, 에일 맥주 뿐 아니라 흔히 보기 어려운 람빅 맥주도 맛볼 수 있어요.” 맥주를 고르는 재미와 함께 맥주마다 마련된 독특한 전용잔에 따라 먹는 재미가 더해진다.




안주는 황태, 먹태, 오징어, 봉지과자


안주는 황태, 먹태, 오징어, 떡볶이, 봉지 과자, 추억의 옛날과자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안주는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는 게 주인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래서 조리방식은 간단하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 노력한다. 특히 건어물은 고르고 골라 비싸더라도 좋은 것만 사용한다. 살이 통통한 반건조오징어와 바삭한 먹태를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분위기나 느낌을 표현할 때 ‘온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잖아요. 삶의 온도, 사랑의 온도처럼요. 그래서 가게 이름을 ‘온도’로 지었죠. 인스타그램에 가게 사진을 올릴 때 ‘오늘의 온도입니다.’로 시작하곤 하죠.”


음악 또한 이곳의 온도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온도’의 숨겨진 안주인 셈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에 어려서부터 음반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한때는 직접 곡을 만들며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80~90년대 발라드 가요를 좋아해서 음악 스트리밍 음원 목록의 많은 부분이 그 시절 곡으로 채워져 있다. 가게 한쪽에 어쿠스틱 기타가 세워져 있는데, 운 좋으면 주인장이 부르는 자작곡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양은 밥상에 봉지 과자를 풀어 놓고 친구와 마주 앉아 체코 맥주를 마시던 손님은 20대 시절을 추억했다. “오늘 두 번째 오는 건데, 여기 오면 제가 95년 군대 제대하고 한참 술 마시러 다닐 때 신포동에 있던 가게 분위기가 떠올라서 좋아요. 특히 서까래가 있는 천정이 그렇고, ‘여기 맥주 두 병이요’ 하면서 간단한 안주에 술 마시던 생각도 나고.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잖아요.”





지난 6월 문을 연 ‘온도’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다녀갔다. 20~30대 커플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어르신들과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많다. 예전에 이 집에 살았다는 분도 이곳의 단골이 되었다.


‘뉴트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옛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레트로풍’이 유행인 시대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것도 낡아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살아온 공간과 물건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이다. 다양한 세대가 동인천 한옥가맥집 ‘온도’에서 오랜 세월의 주름 위에 오늘을 담백하게 덧쌓으며 맛있게 맥주를 마신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좋은 자리는 마당 수돗가 옆에 놓인 평상과 마당으로 향한 창문이 있는 공간이다. 평상에는 두 명이 마주 앉을 수 있고, 마당이 보이는 창가 자리는 6명 정도가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앉을 수 있다. 맥주 마시기 참 좋은 계절이다.


< 동인천 한옥가맥집 ‘온도’
>

 영업시간 : 평일 18:00~01:00 / 주말 15:00~01:00 (매주 화요일 휴무) 

 전화 : 010 3126 6734

○ 주소 : 중구 내동 9 (‘늘봄분식’ 왼쪽 골목 안)

○ ​인스타그램 : @ondo_beer



글·사진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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