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109년 고택에서 즐기는 ‘인천의 맛’

발간일 2019.06.12 (수) 14:52


1910년 8월 건축된 ‘이슬옥’


인천 중구 경동. 이곳은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볼거리도 많은 인천의 ‘핫플레이스’였다. 당시에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걸으면 어깨를 부딪칠 정도였다고 한다. 


인천의 잘 알려진 구도심중 하나였던 이곳도 개발의 중심에서 밀리면서 점점 사람들은 떠나고 거리는 한산해졌다. 언제 이 거리에 사람들로 복작였나 싶을 정도다. 


‘뉴트로’ 열풍은 중구 개항로에도 상륙했다. 구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속속 생기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다시 찾는 거리로 변하고 있다. 특색있고 이색적인 카페나 공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밥집 겸 술집 ‘이슬옥’


최근 중구 개항로에는 역사를 품은 새로운 공간이 추가됐다. 109년의 역사를 간직한 집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밥집 겸 술집인 ‘이슬옥’이다. 이 집은 우리나라 근대현의 아픈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건축물대장에 1910년 8월 1일 신축한 것으로 돼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강제 합병된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가 일어나기 4주전에 지어진 집이다. 소유주는 한국인이지만 건축양식은 일본연립주택인 나가야 방식으로 지었다.


▲1910년 8월 1일 신축 기록


이 집은 2년 전 전이슬(36)씨가 매입했다. 그는 이 집을 인천이나 서해안에서 생산한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밥집 운영할 생각이었다.

집에 덮여있던 구조물들을 떼어내자 일본식 나가야 건축방식이 드러났고, 도배에 쓰였던 1910, 1930년, 1960년대 옛 신문들이 발견됐다.


“내부를 철거하자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의 옛 신문들이 무더기로 나왔어요. 역사가 있는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건축물대장과 역사를 찾아보니 1910년 8월 1일 신축된 건물이었어요. 그때부터 조국의 가장 아픈시대에 태어난 이집을 역사를 담은 스토리로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요.”


▲대들보와 나무기둥을 그대로 살린 ‘이슬옥’ 내부



리모델링하면서 드러난 대들보나 나무기둥은 109년 전 그대로였다. 목조가옥이었던 만큼 나무의 뒤틀림을 막고자 불로 그을린 흔적도 그대로 간직한 상태였다. 듬직한 대들보에서는 100년의 역사가 느껴진다. 이슬옥은 109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 것처럼 그 당시의 느낌으로 내부를 꾸몄고 1910,20년대 사용했던 조명을 달아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전이슬 대표(36)는 “당시 이 집의 주인은 변화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였던 개항과 관련된 인물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했다.

집은 보석가게, 중국집, 스쿠버다이버사무실 등으로 사용됐었다.


▲‘이슬옥’ 전이슬 대표


전이슬 대표는 ‘이슬옥’을 주제로 그의 형과 함께 퓨전 국악가요를 만들었다. 그의 친형 전구슬씨는 작사와 작곡을 업으로 하는 음악인이다. 전이슬, 전구슬 형제가 만든 이슬옥 이야기는 ‘이슬옥 1910’ ‘이슬옥 1945’ ‘이슬옥 2019’ 등 3가지 버전이다. 1910년 경술국치의 슬픈역사, 1945년 독립의 기쁨,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애틋한 사랑과 동인천 지역의 역사 문화적 요소를 엮어 노래로 표현했다. 노래는 국악장단인 굿거리, 자진모리, 중중모리를 기반으로 해 구슬픔과 감미로움이 잘 느껴진다.


“굿거리와 자진모리 장단을 베이스로 하는 이슬옥 국악가요를 젊은층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노래를 틀면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도 하고 검색하면서 무슨 노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이슬옥’의 시그니처 메뉴


그는 이슬옥을 밥집으로 열면서 서해안에서 채취한 바지락과 인천에서 생산하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얼큰돼지 바지락탕, 바지락비빔밥 등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이슬옥이 인천의 특산물을 먹을 수 있는 밥집으로 알려지길 바란다.


이슬옥은 이제 개항로를 대표하는 멋진 장소가 됐다. 109년 전 태어난 이 건물이 개항로의 변화를 주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전화  032-777-8138



글· 사진 이용남 본지 편집위원, 사진 이슬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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