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다둥이 엄마들, 도서관 운영 위해 뭉쳤다

발간일 2018.12.05 (수) 17:19


강화 자람도서관, 영화제, 공동육아 등 지역공동체 역할

저녁 어스름 무렵, 젊은 세대가 많지 않은 농촌마을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자람도서관’으로 향했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을 비롯하여 마을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열린 청소년영화제. 문화소외지역인 강화군 양도면에 위치한 ‘자람도서관’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주민들을 위한 영화제가 열린다.


강화 자람도서관의 야외영화제




문화시설 턱없이 부족한 농촌, 문화사랑방 역할 톡톡


이날 영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순대, 떡볶이, 주먹밥, 샌드위치를 먹으며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를 관람했다. 


강화는 인구 6만 8천 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31%가량으로 20세~39세 청년인구 비율(17%)보다 약 2배가량 높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인구 고령화 지역인 강화는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공동체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자녀 엄마 세 명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람도서관’은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농촌지역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람도서관 공동운영자(왼쪽부터 강혜경, 김연지, 전민성씨)


“자람은 초등학교 특수교사였던 고제헌 선생님이 2012년에 자비로 세운 마을 도서관입니다. 이 동네는 하루에 버스가 4,5번 운행되는데, 뙤약볕과 비바람을 피할 버스 정류장도 없었어요. 가까운 거리에 조산초, 양도초, 동광중, 산마을고가 있지만 근방에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이 없어요. 고제헌 선생님이 건강상 이유로 작년에 자람도서관 운영을 고민 하셨어요. 학생들이 수다 떨며 자유롭게 노닥거릴 수 있는 휴식처를 지키고자 학부모들이 자람도서관을 이어가기로 결정 했지요. 현실적으로 누군가 한명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자녀 학부모인 저희 셋이 ‘자람지기’라는 이름으로 공동 운영하고 있어요. 또한 자원봉사자인 ‘자람지킴이’분들도 재능 기부 하고 계세요. 어려운 여건이지만 진심이 통했나 봐요. 인천도서관발전진흥원에서 주최한 작은도서관 우수사례공모에서 이번에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햇병아리 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여기고 마을 분들과 기쁨 나눴습니다.” 




쌈지 돈으로 간식장만…이웃들이 부식 지원


중학생부터 5살까지 네 자녀를 둔 전민성씨. 십 수 년을 주부로 지내다가 후원금과 지원금을 받는 도서관의 경영을 맡았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문화사업, 교육프로그램, 공동육아, 학부모 모임 공간, 지역아동센터 역할에 심지어 반모임, 돌잔치 장소 대여까지. 


자람도서관은 교육, 문화 인프라가 덜 발달되어 있는 농촌마을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하교 하는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기다 보니 어느새 문지방을 넘는 아이들의 첫마디는 ‘오늘 간식은 뭐에요?’. ‘자람지기’들이 급여를 받기는커녕 쌈지 돈 꺼내 간식재료를 장만하고 있다는 사정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쌀, 각종 부식 등 나눔의 손길이 들어왔다.

▲청소년영화제에 참석한 학생들


▲청소년 인문학 강좌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이런 감동적인 순간 마다 힘이 난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난방에 보태라고 산타할아버지처럼 등장하여 땔감을 한 무더기 쏟아놓고 간 어른도 계셨다.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 따뜻한 정성이 오가는 이 작은 동네 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고 있다. 


“성공회 신부인 남편의 부임지 따라 계속 이사다니다가, 강화에 온 것은 7년 쯤 되었어요. 중딩, 초딩, 유딩 한 명씩 키우고 있는데요, 막내가 6개월 때, 돌도 안 된 아기 데리고 자람에 왔지요. 자람은 우리가족의 안식처에요. 문제는 애들이 도서관을 간식 먹고 노는 곳으로 안다니까요.”


어린 시절 온 동네를 내 집처럼 돌아다녔던 김연지씨. 엄마 아빠가 안 계셔도 옆집 가서 저녁 얻어먹고 자고 왔던 기억이 자녀들에게도 선사해 주고 싶었다.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아이들이 엄마들이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자람을 만들고 싶어 공동운영자를 하게 되었다.


▲책 읽어주는 엄마


▲학부모교육강좌


또 다른 자람지기 강혜경씨도 아들 셋 엄마다.


“2012년 개원 때부터 자람과 인연을 맺었어요. 고제헌 선생님이 사비로 사서선생님 월급을 주고 계셨거든요. 수익사업 해서 돕겠다고 영화제를 비롯한 문화행사를 기획했었어요. 참석자들에게 주먹밥, 떡볶이, 비빔밥, 곰탕…. 별걸 다 팔았네요. 정작 우리가 맡고 나니 뒷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민간도서관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학부모교육강좌에 참가한 학부모들


도서관은 pc방, 카페 하나 없는 시골의 더없이 소중한 마을 쉼터. 동네 어귀 느티나무 평상아래에서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나눠먹었던 정겨운 풍경을 복원시킨 이 작은 도서관이 양도면의 랜드마크로 오래오래 자리매김 하길 기원한다.



글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사진 자람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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