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야기

[인천 이야기] “해주식 만두, 강아지떡 먹으며 설 보내요”

발간일 2018.02.12 (월) 14:08

명절 앞둔 실향민 마을 대룡시장 풍경

평창올림픽이 개막되었다.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남북선수단을 보니 뭉클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민족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가 될 남과 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교동도의 대룡시장 사람들이다. 

 
 




 

북한과 고작 1.8km 거리, 건물 대부분 60년전 황해도식
KBS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알려진 대룡시장은 2014년 7월에 개통한 교동대교 덕분에 훨씬 편하게 가까워졌다. 교동대교 아래를 지나는 물길은 예성강 하구. 날이 좋으면 개성 송악산까지 보인다. 상상했던 것보다 북한이 더 가깝다.
교동도 인사리 해안에서 건너편 북한지역까지는 고작 1.8km다. 눈앞에 펼쳐진 땅은 북한 최대의 곡창지대인 연백평야다. 천수답에 의존했던 이 섬을 부유하게 만든 것은 연백평야에서 농사를 짓던 실향민들이었다. 연백평야는 원래 3.8선 이남 지역이였지만 한국전쟁 과정에서 3만 명의 농부들이 농토를 잃고 교동도로 이주했고, 휴전선이 그어지자 귀향 하지 못했다. 연백의 농사기술자들은 개간을 시작하고, 간척지에 농사를 지었다. 교동도는 벼농사의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일조량도 풍부하고 태풍도 잘 오지 않는다. 실향민들은 연백장을 본 따서 대룡리에 장을 열었다. ‘해성식당’ ‘연안정육점’ 같은 지명에서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정부는 집도 절도 없던 피난민을 위해 목재를 지원했고 실향민들은 각목으로 고향을 닮은 집을 지었다. 대룡시장의 건물들은 60년 전 황해도 식 가옥이다.
 
 



대룡시장의 사랑방 ‘청춘부라보’의 손효숙 대표에게 실향민들의 설날 풍경을 물었다.
“시부모님께서 황해도 옹진 분들이세요. 남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대룡리로 피난 왔다고 합니다. 저는 40년 전에 교동도로 시집 왔지요. 전쟁통에 이곳으로 몸을 피한 황해도분들은 3년째 흉년이라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데요. 이북에서 넉넉하게 살다가 여기에 와서 나무뿌리 캐먹고 살았으니 얼마나 고단한 생활이었겠습니까. 난리 중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고, 처마 끝에 제비들이 둥지를 지었습니다. 견강천리라더니, 지척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심정은 오죽 했을까요. 실향민들은 두고 온 고향 소식을 제비에게 물었답니다. 그래서 제비집은 교동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해주식만두


설을 앞두고 해주사람들은 고향을 떠올리며 만두를 빚는다. 해주식 만두는 이남지역에 비해 큼직하고, 속 재료가 다르다. 소, 돼지 대신, 닭과 꿩이 들어간다. 고기를 삶아 살코기는 발라낸 후 잘게 다져서 만두소로 사용하고, 남은 뼈는 푹 고아서 만둣국 육수로 쓴다. 또한 이북에서는 ‘강아지떡’을 하는데, 팥앙금이 들어간 찹쌀떡이다. 예전에는 녹두도 넣었다는데, 녹두가 귀한 요즘에는 거의 팥만 쓴다. 겉면에는 콩가루를 뿌려 더욱 고소하다. 일본 NH방송 촬영팀이 방문하여 자신들의 ‘모찌’보다 훨씬 쫄깃하고 맛있다고며 극찬을 했다고 한다.

 

 



▲ 북한식 찹쌀떡인 '강아지떡'


 

교동도에서는 설날에 순대 만들어 먹어
‘청춘부라보’에 들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건강차를 마시며 교동도와 대룡시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건강차는 강화의 특산물인 사자발약쑥과 대추를 푹 삶은 것이다. 최근에는 솜씨 좋은 대룡리 할머니들과 함께 해주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캘로대원 할아버지들에게 강아지떡을 대접했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 손 맛 그대로라고 눈물을 흘리셨다. 이날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로하고자 밥공기만한 해주만두 3천개가 등장했다. 2018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북식 만두, 나문재 튀김, 이북식 전통 된장과 고추장 만들기, 빙떡, 이북식 식혜, 대갈범벅, 감자 투생이, 이북식 송편 등 해주 음식 만들기 시연을 계획 하고 있다.
 
 





 ▲ 청춘부라보 손효숙 대표와 실향민들



대룡시장은 지난 60년 동안 실향민들과 교동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지독한 추위가 물러가자 새벽차를 타고 읍에 나온 할머니들이 시장 골목에 노점을 열었다. 손주에게 줄 세뱃돈이라도 벌겠다고 고무대야를 머리에 이고 지고 오신 것이다. 지석리에서 농사지은 곡식과 겨우내 말린 무말랭이를 팔러 오신 할머니께 교동사람들의 설맞이를 여쭈었다.
“교동도에서 태어나서 평생 살았어. 어릴 적에 설날이 되면 편수(만두)해서 먹었지. 바닷물로 두부하고, 가래떡도 뽑아먹고. 내폿국이라고 해서 집집마다 김치를 넣은 순댓국을 끓였어. 옛날에는 식구가 많았잖아. 가난하니까 고기 대신 양을 늘리려고 내장을 먹었던 거지. 돼지 창자를 뒤집어 깨끗이 씻은 후에 잡채, 찹쌀밥, 돼지피 소를 넣어 순대 만들었어.”
설날에 순대라니. 익숙하지 않은 명절상차림이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배불리 먹이고 싶은 진심이 전해진다. 설날이 코앞이지만 바람이 여전히 매섭다. 먼 바다 너머 봄이 오고 있겠지. 소박하고 정겨운 대룡시장에 활짝 필 평화의 봄꽃을 기다린다.


글 김세라 ‘i-View’ 기자, 사진 나윤아 자유사진가, 청춘부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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