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탐방] 이 그림의 정체는, 사진일까 그림일까?

발간일 2019.01.14 (월) 14:15


19세기 사진 프린트, 스튜디오 일구씨(Studio 19C)

 

과도한 경쟁으로 꿈을 꾸는 것이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꿈을 갖고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청춘은 늘 아름답다. 다른 시선으로 사진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 민석기(30세) 작가가 지난 주 ‘스튜디오 일구씨’의 문을 열었다. 


고전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 하는 곳으로, ‘Studio_19C’를 우리말로 읽어 이름을 만들었다. 사진이 탄생한 19세기와 디지털 기술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21세기를 연결해 보고 싶은 작가의 꿈을 담았다.


​스튜디오 일구씨​ 대표​ 민석기(30세) 작가​. 오른쪽 사진은 그의 사진을 19세기
사진기법으로 프린트한 사진이다.


사진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사진은 작가의 시선을 담아내고 기록하는 예술 장르가 됐다. 190여 년 동안 카메라와 인화 기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에는 사진의 크기만큼 커다란 카메라가 필요했고, 한번 촬영으로 하나의 사진밖에 얻을 수 없었다. 


1841년 과학자 탤벗이 수채화물감과 화학약품을 혼합한 감광 물질을 입힌 종이를 이용하여 하나의 사진을 여러 장으로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1888년에는 코닥 필름카메라가 만들어졌다.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코닥 카메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닥 필름카메라와 함께 사진이 대중화 되었어요.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와 프린터 기술 개발로 손쉽게 사진을 찍고 인화할 수 있는 시대죠.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다양한 셋업기능으로 원하는 사진을 고품질로 찍는 것이 점점 쉬워질 거예요. 편리해진 만큼 사진은 일상과 가까워 졌지만 사진의 기본 원리는 사람들과 더 멀어진 것 같아요. 암실에서 흑백사진을 수작업으로 인화한 경험이 저희 세대가 마지막일지도 몰라요. 시대별로 사진 기술의 발전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사진 기술이 존재할 수 있는 건데, 과거의 사진 기술들이 학술적인 의미로만 갇혀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옛 기술들도 우리 일상으로 끌어 올 수 있거든요. 사진이 밟아온 역사나 원리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3년전 19세기 고전 사진술에 꽂혀 이론 공부 시작 

고전 인화 방식은 손이 많이 가는 섬세한 작업이다. 화학약품과 수채화물감을 혼합하여 만든 감광액을 종이 위에 붓으로 칠하고 잘 말려 감광지를 만든다. 그리고 디지털 사진을 포토샵으로 네거티브로 변환해서 투명 필름지에 원하는 크기로 출력하여 필름을 얻는다.


준비해 놓은 감광지 위에 필름을 얹고 적정량의 자외선을 쏘인 후 물로 씻어내고 말려 사진을 완성한다. 흑백, 세피아, 블루와 같은 단색의 경우는 한 번의 작업으로 끝나지만, 칼라의 경우는 흑색, 적색, 황색, 파란색 네 번의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과 고전 기술이 융합되어 있어 ‘얼터너티브(Altenative) 사진’이라 부르기도 한다.





“3년전쯤부터 19세기 고전 사진술에 꽂혀서 이론적인 공부도 하고 서울로 실습 수업을 받으러 다녔어요. 화학약품을 다루는 방법, 필름지, 미술 용지 같은 재료 구입에 대한 노하우도 익혔죠. 이 작업은 직접 해보면서 경험으로 익혀가야 해요. 수작업으로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이라 컴퓨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즉흥성이 있어요. 이 작업의 매력이죠. 결과물을 보면 손으로 칠한 붓 자국까지 다 나타나요. 그림과 사진의 중간쯤 이랄까? 사진 문화가 발달한 유럽 사회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작업이 매우 낯설죠. 하지만 예술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보면 의미 있는 작업 이지요. 그리고 동양 작가들의 작품이 섬세함 면에서 유럽 작가들 것 보다 훨씬 뛰어나요.”



인천 근대 문화와 향토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민석기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인천 근대 문화를 익히고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18살, 혼자 훌쩍 떠났던 10개월동안의 인도 여행은 부조리한 세상에 눈을 뜨게 했고, 다큐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는 길로 인도했다.


사진 작업을 하면서 ‘카페 팟알’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돌보고, 엽서 세트를 만들어 판매 했다. 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인천 근대 건축물과 풍경이 담긴 옛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여 엽서로 제작하고, 구도심 동네를 산책하면서 찍은 오늘의 풍경을 엽서에 담아냈다. 지금은 오늘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고전 방식으로 인화한 엽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신포 청년몰 눈꽃마을 입점


스튜디오 일구씨는 ‘신포 청년몰 눈꽃마을’에 입점했다. 신포 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청년몰 눈꽃마을은 침체된 구도심 상권을 활성화 하고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작년 여름 문을 열었다. 


성과가 좋아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인데, 작년 추가 모집 때 민석기 작가의 스튜디오와 심리상담을 테마로 하는 ‘마음 카페_자리’, 양초 공방 ‘Dreamer’가 선정되어 함께 매장을 공유하고 있다.


신포 청년몰 눈꽃마을’에 입점​한 ​스튜디오 일구씨


“운이 좋았어요. 지난 몇 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이제 공간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싶을 즈음 기회가 주어진 거죠. 창업을 위한 교육도 받고, 기초 인테리어 공사와 일년 임대료를 중구에서 지원 받아요. 이후 1~2년은 임대료의 절반을 지원해줄 예정이라고 해요. 하고 싶은 일을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인 거죠. 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분들이 많이 말렸지만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화학 공식이라는 추상을 사진이라는 구체로 완성하고, 학술적으로만 남아있는 기술을 일상으로 재현하는 거니까요. 가끔 나 혼자서만 옛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요.”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재생하는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이다. 근대 문화가 남아 있는 인천의 구도심이 재조명을 받고 보전해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어 반갑다. 근대가 시작된 인천에서 근대의 인화방식으로 오늘을 담아내고자 하는 청춘의 도전도 그 안에서 차곡차곡 무르익어 가기를 바란다.


▲레트로 스타일​의 민석기 작가 작품들


스튜디오 일구씨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지 않고 인화에 집중한다. 따라서 디지털 사진이나 데이터가 필요하다. 스튜디오 촬영을 원하는 경우, 신포 청년몰에 입점해 있는 흑백사진관 ‘우리 청춘점’을 이용할 수 있다. 알젠토, 시아노, 흑백 검프린트, 칼라 검프린트 중 원하는 타입과 종이 크기를 정하면 며칠 뒤 액자에 끼운 고전인화사진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스튜디오 일구씨’

○ 영업시간: 12:00~20:00 

 전화: 010. 5670. 1392

 주소: 우현로 39번길 15

 Studio19c.blog.me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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