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고구려 복식서 영감받아 새 디자인에 활용”

발간일 2019.10.07 (월) 14:34


자연에 창의성을 입히는
자연과창의성(주) 이현경 대표​

 

한 민족의 복식과 문양, 색체는 개인의 개성부터 넓게는 민족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이므로 한복과 손염색을 통해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그 맥을 후손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이현경 대표.

 

사회적기업 자연과창의성(주) 이현경 대표는 9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파리패션위크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 양해일 디자이너 및 팝 아티스트인 스티븐 윌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에스더 리’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천연염색 우수성을 알렸다.


천연염색 명인 제 016호인 그녀는 인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상생과 협력을 통해 자아실현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자양분 삼아 성장


이현경 대표는 대학교에서 서양화와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하였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염색공예를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명지대학교 의상학과에서 한복을 연구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대 초반의 이 대표는 탄탄대로 걷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무 살 때부터 4년 가까이 극심한 사춘기를 겪었어요. 80년 대 초반의 청춘들은 당시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많이 흔들렸고, 정신적 공허감이 대단했어요. 황폐했던 4년을 보내고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스승을 만나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스승이 바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백태호 염색 공예가예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장이었던 백태호 교수님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던 저를 받아주셨고,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논문지도와 심사비용까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특히 신뢰라는 가장 큰 가르침을 심어주셨어요. 백 교수님께 배운 기술을 제가 특허를 내서 다시 전수하고 있는데 이 기술의 근본이 백 교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과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 그분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제 삶의 과제라 생각해요. 디자인적인 것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 아닌 몸소 행동과 실천으로 가르침을 주셨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굉장한 가르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이현경 대표는 천연염색 명인 제 016호로, 동의보감과 규합총서의 내용을 참고하여 유용한 재료를 구해 직접 끓여 추출한 염색물에 천을 담갔다 말리기를 반복하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자연과창의성은 ‘한복사업부-에스더 리’, ‘천연염색 체험 및 교육’, ‘PSAD 창의·인성 및 조직 역량 진단 개발사업부-인하프라임경영연구소’, ‘정부 및 지자체 공공사업’ 등 네 가지 사업 분야를  나누어 운영한다.

기술과 정성이 스며든 천으로 양장과 한복 같은 의복, 침구류, 가방, 스카프 등을 제작하는데 샘플은 이 대표가 제공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대학원 졸업 후 다소 젊은 나이에 창업을 시도한 이 대표는 주안역 앞에 위치한 건물에서 1층은 갤러리, 2층은 기획실, 3층과 4층은 디자인실로 사용하며 큰 규모의 숍을 운영하였지만 한복산업 침체로 사업을 접었다가 2014년 쪽빛체험마을(주) 설립을 계기로 재개하였다.


쪽빛체험마을은 2014년 마을기업 인증,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 2017년에는 사명을 ‘자연과창의성(주)’로 변경했다. 흔들린만큼 더욱 단단한 뿌리를 내려 현재는 한복과 천연염색을 구실로 인간의 내면과 창의성에 주력하며 모두가 상생과 협력을 통해서 같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한다.

 

자연과창의성은 ‘한복사업부-에스더 리’, ‘천연염색 체험 및 교육’, ‘PSAD 창의·인성 및 조직 역량 진단 개발사업부-인하프라임경영연구소’, ‘정부 및 지자체 공공사업’ 등 네 가지 사업 분야를  나누어 운영한다.




공익을 위해 사회공헌을 펼치는 사회적기업

 

“문화가 없는 나라는 철학이 없는 것이고 철학이 없는 나라는 역사가 없는 것이며 역사가 없는 나라는 민족 존립의 위기를 맞게 돼요. 한 민족의 복식과 문양, 색체는 개인의 개성부터 넓게는 민족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이므로 한복과 손 염색을 통해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그 맥을 후손에게 전수하고 싶어요. 신이 허락한다면 훗날에 실용성, 예술성이 담긴 제 작품들을 전부 기증하여 박물관처럼 꾸미고 싶어요.”


한복에 역사와 이야기를 담는 이현경 대표는 현대적 한복 형태보다 주로 고구려 복식에서 모티브를 따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옷 패턴이 고구려, 조선과 완전히 달라요. 조선시대의 옷은 부푼 실루엣이고 활동하기 불편하죠. 대신 양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대님을 묶어 막는 기능을 하였다고 해요. 고구려 의복 같은 경우 굉장히 편안하고 입체 패턴을 사용한 세련됨이 있어요. 그러다 고려시대부터 당나라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형되었대요. 한복의 실루엣을 바꾸지 못한다면 고구려 벽화를 현대화로 조명해서 우리나라 정신이라든가 문화를 담아서 프린팅하고 옷을 디자인하여 미를 더하였어요.”


하노이 패션쇼


이 대표는 한복과 더불어 천연염색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의보감과 규합총서의 내용을 참고하여 유용한 재료를 구해 직접 끓여 추출한 염색물에 천을 담갔다 말리기를 반복하는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 대표. 기술과 정성이 스며든 천으로 양장과 한복 같은 의복, 침구류, 가방, 스카프 등을 제작하는데 샘플은 이 대표가 제공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2014년에 사단법인 대한민국천연염색명인협회를 설립하여 현재 대외협력이사장직을 맡고 있어요. 전국에 150명 정도의 염색하시는 분들과 명인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기술전수라든지 창의력 개발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천연염색을 통해 상생하기 위해 천연염색 방법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쳐서 그들이 직접 교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시니어와 경력단절여성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게 돕고 있어요. 대외적인 활동으로는 근래 참여한 ‘파리패션위크 2020 봄/여름 컬렉션’ 외에도 추후 호치민, 대만, 뉴욕 등의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워크숍과 패션쇼 참여가 예정되어 있어 한복과 천연염색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에요.”

 

▲지난 9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파리패션위크 2020 봄/여름 컬렉션’에 참여한 이현경 대표는 한국의 천연염색 우수성과 미를 동시에 알리고 왔다. (매일경제 제공)

 

자연과창의성의 자랑은 한복과 천연염색뿐만이 아니라 창의·인성 및 조직 역량을 수치로 진단하는 시스템 및 진단방법 개발이 있다.


“무엇으로 사람들의 자아실현을 도울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본 결과 염색과 의상이라는 스킬적인 부분을 가지고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확산시키는 방법과, 또 한 가지는 인하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약 40년 간 교수로 지낸 남편이 자아실현과 관련하여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통해 추출한 방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구소에서는 조직 혁신, 문제 해결, 리더십, 정서지능, 의지, 자기정화 등 개인과 조직의 역량 진단 및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녀, 청년과 취약계층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다


이 대표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다. 실업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심각해지자 1인 창업을 꾀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경험한 선배로서 이 대표는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솔루션을 주고 문제해결능력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개척해갈 수 있는 역량을 함양시켜준다.


“청년들이 1인 창업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이 따르므로 공동플랫폼을 구축해 공동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기업에서 버려지는 옷을 리사이클링 하는 개념으로 실루엣과 염색을 변형시키거나 문양을 새겨 K-스트릿패션(street fashion)으로 만들어 수출하고 싶어요. 세무, 노무, 사업자 관리를 해결해주는 복합커뮤니티가 있어야 청년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어요.”

 

자연과창의성은 천연염색을 통해 상생하기 위해 천연염색 방법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쳐서 그들이 직접 교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시니어와 경력단절여성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게 돕고 있다.

 

더불어 풍요롭게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늘 행동하는 이 대표는 노인과 미혼모, 교도소 수감자, 장애인, 낙후된 지역, 다문화가정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힘을 보탠다.


“매일 아침 남편과 산책을 하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나 혼자 먹고, 쓸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하드웨어를 넓히는 것보다 질과 소프트웨어를 더욱 단단히 구축해나가고 있어요.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이 순간들을 진실하게 대하며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여 살고 싶어요.”



글·사진 이수인 i-View 객원기자, 사진  자연과창의성(주), 매일경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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