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평화의 바다에서 넘실대는 만선의 꿈”

발간일 2019.04.10 (수) 14:17


서해5도 어장 확대, 조업 연장에 기대,
경인북부수협 민명섭 비상임 이사


▲건너편이 연안부두라는 것을 설명하는 민명섭 이사


긴장과 갈등의 파도를 건너 평화의 바다가 오고 있다.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조사가 이뤄지고, 지난 4월 1일부터는 새롭게 확대된 서해5도 어장에서의 조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서해5도는 북방한계선(NLL)을 바로 앞에 둔 접경지역이어서 어업활동에 지장이 많았으나 이번 조치로 어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어장이 확장 되었다. 분단 이후 70년 만에 남북 양 국가가 더불어 경제적 이익을 꾀할 수 있는 남북 평화 사업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넓은 어장에서 자유로운 조업을 기대하고 있는 강화도의 어민인 경인북부수협 민명섭 비상임이사를 분오항에서 만났다.


▲조업하는 강화어민


“조상 대대로 동막리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습니다. 배는 2대 째 부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따라 배에 오른 지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제 아들들도 저를 도와 배를 탄 적이 있지만, 무척 힘든 일이라 자식에게는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 아버지랑 같이 다닐 때는 농어를 잡았어요. 요즘에는 가을 젓새우가 주 소득원이죠. 10년 전 까지만 해도 강화 어민들은 살만 했어요. 그때는 조개를 열흘만 캐도 주머니가 두둑했죠. 꽃게는 워낙 흔해서 먹지도 않았어요. 갯골에서 손으로 건졌으니까요. 작은 2~3톤 배 하나만 소유해도 자식 대학 보내고 돈도 모았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저 건너편이 연안부두잖아요. 40년 전에는 연안부두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동검리를 거쳐 사기리까지 들어갔어요. 이 분오항이 원래 여객선 항구였어요. 그런데 제방 막고, 신도시랑 인천공항 건설되면서 바다 조류가 바뀌었습니다. 쌓이고 파여서 이쪽 바다에서는 조업이 불가능합니다.”


풍어제를 올려 보아도 되살아나지 않는 옛 영화, 황금어장이었던 강화 앞바다는 무리한 도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 과거 영토,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두고 벌어졌던 국가 간 분쟁이 이제 물고기로 영역을 확장 되어 갈 만큼 수산자원보호는 전 세계적 추세.


▲조업 준비하는 민명섭 이사


미국은 지난해 어업 관리 강화, 유통망 투명성 제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중국도 2016년 제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친 환경 양식 어업 발전, 원양어업 관리 방안을 수립할 만큼 바다를 둘러싼 각국의 관심과 노력이 높아지고 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역시 지속 가능한 어업 활동을 위한 고민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이 가장 바다를 사랑해야 하는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싹쓸이 하는 부류도 있는 게 사실이죠. 아주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작정 한 것처럼 잡아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의 어민들은 본인들이 먼저 법규 지키면서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구잡이 때문에 바다가 황폐화 되면 제일 먼저 손해를 보는 게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요. 환경오염 문제도 절감하고요. 바다 나가보세요. 마트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들이 둥둥 떠다니거든요. 그게 안 썩는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바다 사람들이기 때문에, 바다가 환경오염으로 죽어간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마트에서 비닐 판매 금지한 거 아주 잘했다고 박수 칩니다.”

바다를 사랑해서 평생 바다를 떠나지 못한 바다사나이. 어민도 살리고 바다도 살리는 다양한 정책을 기대하지만, 매번 탁상공론에 실망을 하게 된다.
 


▲배에서 물건을 내리는 모습


“어민들의 실정을 잘 모르니까, 저희의 요구사항이 반영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얼마 전 해수부 어업정책과장과 간담회가 있었어요. 애로사항이 뭐냐 질문하시기에, 바다에 한번 같이 나가주시길 요청 드렸죠. 어업 관련 규제가 많거든요. 어족자원을 보호하려면 당연한 조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개량 안강망으로는 젓새우를 못 잡아요. 강화어민은 가을 젓새우가 1년 벌이인데. 추젓 잡을 때 딱 3개월만 안하겠다, 그렇게 부탁드렸죠. 어업정책과장님이, 평생 처음 배를 타보셨대요.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이걸 못하게 했으니, 바로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뿐만 아니라 저희가 또 힘든 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에요. 쌍끌이배가 얼마나 무섭냐면, 바다 생태계 자체를 파괴 해 버려요. 우리는 자손 대대로 먹고 살아야 할 바다니까, 그걸 염두 하면서 조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 바다가 아니니까, 그런 의식이 덜 하겠죠. 밤에 몰래 와서 싹쓸이 하고 도망치니까, 당해낼 재주가 없어요. 중국 선박의 불법 조업은 남과 북이 함께 막아야 해요.”

 


삶의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정책은 공허하다. 민 이사가 한강하구개방을 우려하는 이유도 이러한 까닭이다.

▲조개캐기


“남과 북이 평화를 향해 손잡는 건 환영할 일이죠. 그런데, 평화의 배를 띄우려는 한강 하구 지역은 산란 장소에요. 뱃길 만들려면 모래를 파야 하는데, 거기는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황복, 참게 등, 여러 어종 산란처죠.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바다를 건드리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함부로 접근하면 안돼요. 그래서 이런 정책을 결정 할 때는 바다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해요. 우리는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것을 바다에서 배운 사람들이에요. 바다에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어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 좀 더 현실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남북교류로 어장이 확대되고 야간조업도 1시간 늘었다지만, 실질적으로 어민들에게 별 혜택이 없어요. 백령, 대청도 쪽은 조업시간이 하루 12시간 정도인데, 대청도에서 신설어장까지 왕복 6시간이 걸린대요. 어장이 확대되면서 어업지도선이 추가로 배치돼 단속이 강화되는 등 조업조건은 오히려 나빠졌고요. 강화어민들도 큰 변화가 없는 건 마찬가지에요. 저희는 만도리어장 야간조업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거기에서 새우젓이 많이 나는데, 밤에는 못해요. 북방한계선 근처여서. 야간조업이 가능하면 강화어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70년간 이어온 남과 북의 긴장이 제대로 완화되려면 많은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혜가 모여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남북 교류와 협력의 시대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다.



글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사진 나윤아 자유사진가, 민명섭 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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