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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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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품은 종이에 그림을 입히다
한지공예 박승희 작가

사부작, 사부작. 그녀의 손에서 뭉쳐지고 흩어졌다 다시 자리 잡길 여러 번. 한지는 천년의 생명을 얻는다. 박승희 작가의 작업실엔 다양한 한지공예품이 모여 있다. 닥종이 인형, 한지로 만든 액세서리, 생활에 흔히 쓰일 법한 차통이나 반상 등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한지그림. 박승희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이다. 인사동과 전주한옥마을을 오가며 한지공예를 전수받은 그녀는 가장 인천다운 곳, 차이나타운 한 귀퉁이에 ‘한지그림 갤러리 지우’를 마련해 한지공예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한지로 그림 그리는 작가
한지를 이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한지공예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닥종이 인형이나 한지를 붙여 만든 서랍, 찬합 등의 생활용품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박승희 작가는  한지공예에 회화기법을 더해 한지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한지공예를 시작한지 30여 년, 한지만을 쫓은 그녀는 새로운 한지공예의 길을 제시한다.
“저는 전통적인 공예품도 만들지만 한지그림을 주로 작업해요. 언뜻 보면 서양화 같죠? 원근법이나 명암을 사용하니까요. 공예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물감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한지만을 이용해 그려낸 그녀의 그림에는 유화나 수채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포근함이 있다. 박 작가의 손에서 한지가 결결이 뜯어진다. 가위로 잘라내지 않아 한지의 결이 그대로 살아난다. 그녀가 찢어낸 한지는 물감을 대신해 캔버스를 물들인다. 붙일 때는 시판 풀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찹쌀로 풀을 만들어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한지를 붙일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덕분에 한지가 지닌 자연스러운 멋은 한층 깊어진다.


“이 보드라운 느낌이 좋아요. 물감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죠.”
한지가 얼마나 좋은지, 그녀가 입고 있는 옷 또한 직접 제작한 한지(닥종이)소재의 옷이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옷이에요. 일상복에도 이 옷을 덧입으면 개량한복 저고리 느낌이 나요. 제가 직접 디자인 했어요.”
그녀의 한지사랑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간다. 시골에서 자란 박 작가는 창호지 바르던 옛 시골집의 풍경을 떠올리며 입을 땠다.
“마음에 새겨진 그림이 있어요. 창호지 바르는 날은 행사였죠. 하루 온종일 붙였거든요. 입에 머금은 물을 뿌려 붙인 창호지는 쭈글쭈글 했는데 다시 마르면 팽팽하게 펴지죠. 한지의 촉감도 좋았어요. 부모님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시고 전 조부모님과 살았는데, 말랑말랑한 그 촉감이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느껴졌어요. 그땐 그게 한지인줄도 몰랐어요.”


아득한 기억을 끄집어내던 그녀의 눈이 촉촉하다. “한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흔치 않지만, 그때도 창호지에 한지를 뜯어 붙여서 멋을 내곤 했어요. 꽃을 그리는 일이 많았죠. 알고 보면 그 조차 우리네 전통 문화였던 거 같아요. 그게 제가하는 한지 그림의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무궁무진한 한지의 가능성
공방은 서랍과 벽면 한 가득 한지공예품으로 가득하다. 그간의 세월동안 그녀가 작업해온 흔적들이다. 기와모양으로 끝이 올라간 접시, 거울, 반상 등의 작품은 벽에 걸어둔 것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그저 한지가 좋아서 그 매력에 빠져 하다 보니 오랫동안 다양하게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에도 한지공예를 하며 위로를 많이 받았죠.”


그녀가 말을 잇는다. “아이가 태어나 거는 새끼줄에도, 사는 집의 문창호지도, 공부하던 책도 한지였어요. 죽어서 입는 옷도 한지로 만들 수 있어요. 요즘 닥나무로 섬유를 짜잖아요. 한지는 그렇게 우리와 함께해요.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이죠. 이걸 잃고 싶지 않아요.”
박 작가의 말대로 한지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한지공예라고 하면 대부분 반짇고리나 반상을 많이 떠올리죠. 저는 더 많은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세계적으로도 한지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어요. 다양한 한지공예를 소개하기 위해 저는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해요. 너무 같은 것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제가 한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보다 다양한 한지의 가능성을 알리는 것. 그것이 오늘도 그녀가 한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다.





박승희 작가는 88년에 한지공예를 시작해 현재까지 다양한 한지공예에 도전해 왔다. 그동안 안동, 전주 등 한지공예로 유명한 공모전에서 다수 입상했다. 청와대 사랑채 시연작가로 활동했으며, 미국LA와 뉴욕 등 해외전시도 진행했다. 2017년에는 인천광역시 공예품공모전에 입선한 바 있다.


글·사진 차지은 I-view 기자 minsab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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