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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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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추억과 꿈이 페이지마다 '빼곡'
인천의 고등학교- ⑨교지

요즘의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끼를 드러낼 수 있는 매체가 많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매체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개최하던 축제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끼를 펼칠 수도 있지만, 활자화된 매체를 통해 숨은 재능을 드러내곤 했다. 아날로그 시대 학생들의 꿈과 끼를 보여줬던 매체는 교지였다.


▲인천고등학교 교지(1956년 발행)

▲제물포고등학교 교지(1956년 발행)

인천고 ‘미추홀’, 제물포 ‘춘추’라는 제호로 발간
교지(校誌)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교내에서 편집․발행하는 잡지를 말한다. 교지(校紙)가 학교 내에서 간행하는 신문을 뜻한다면, 교지는 이와 달리 책자의 형태로 발행하는 잡지이며, 학교 신문은 학기별로도 간행이 되기도 하지만 교지는 대체로 1년 단위로 발행하는 잡지이다.
교지는 한 해 동안 학교에서 활동했던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학교의 행사와 운영 성과를 자료로 보존하는 기록물로서의 목적도 있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물들을 게재하여 문학적, 예술적 역량을 키워나가는 공간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휘하고 학교생활에서 참여 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학교 교지는 1918년 10월 10일에 배재학당(현 배재고등학교)에서 발행한 「배재학보」 창간호이다. 인천에서는 인천고등학교에서 교지 「미추홀」을, 제물포고등학교에서는「춘추」를 1956년에 창간하여 발행한 바 있다. 이후 인천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지를 만들었고, 학생들은 교지의 지면을 통해 시와 소설, 평론, 감상문, 체험 수기, 그림, 만화 등 다방면으로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며 수업 시간에 미처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들의 꿈과 희망 등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교사들도 이 지면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소견을 드러냈고, 학교장의 교육 방향이나 당대의 교육 정책 등도 교지를 통해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작년 인천근대문학관에서 추억의 교지전 열어 큰 호응
교지는 한 해 동안의 학교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누구보다 학교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실어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문재(文才)를 드러낼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30년이 넘은 사람들이라면 지금도 자신의 서재에 교지 한두 권쯤은 꽂혀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당시 교지는 인천의 모든 학교에 보편적으로 발행되었던 만큼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 교지는 꽤 익숙한 대상이다. 최근에는 교지 발행을 중단하고 학교 신문을 발행하거나, 아예 지면 인쇄를 하지 않고 인터넷 상으로 열람할 수 있는 형태의 전자 책 등으로 전환한 학교도 많지만, 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교지 발행은 학교 차원에서 중요한 기록물로 취급되어 대다수 발행했다. 그래서 당시에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고교 시절을 추억할 때 졸업 앨범과 함께 교지를 펴들고 향수에 잠긴 경험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교지는 이렇게 재학 시절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가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마중물로서 좋은 수단이 되어 왔다. 당시에는 몰랐던 그 시절의 시대정신과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 시대상 등이 교지를 들추어 보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작년에 인천 고교 교지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를 위해 근대문학관에서는 인천의 많은 고등학교들을 직접 찾아가 일일이 교지를 구하고 자료를 협조 받아 30년 이상 된 고등학교의 교지 36점을 수집해 전시했다. 당시 특별전을 준비했던 담당자에 따르면 의외로 교지 창간호가 보관되어 있지 않은 학교가 많아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의 역사를 고증하는 데에 교지가 갖고 있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학교에 교지 창간호가 없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졸업생들의 개인 서재에 숨어 있는 교지를 모은다면 어느 학교든 창간호를 비롯해 역대 교지 기록물들을 모두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지로 지난 인천의 학창시절 돌아보는 계기
요즘은 학교나 학생들에게 지면으로 발행하는 교지와 같은 매체는 비교적 비선호의 대상이다. 교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매체가 풍부하며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 워낙에 읽을거리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 굳이 학생들이 교지에 실린 글을 읽겠느냐는, 요즘 말로 가성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 속에 교지 발행을 중단한 학교들도 있다.




▲동산고등학교의 교지 (1967년 제12호)




▲인천대건고등학교의 교지 (1963년 제10호)




▲ 영화여자관광고등학교 교지 ‘백향’ (1967년 제6호)




그러나 여전히 전통을 이어 교지를 발행하고 있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가성비보다는 상징적인 가치에 주목한다고나 할까. 그 이면에는 아마 지면을 통해 그해에 있었던 학교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학생들이 활동한 내용들을 충실히 담아 모든 재학생들과 학부모 및 동문들, 그리고 인근 학교에 배부하여 학교의 역량과 발전의 과정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전히 교지의 효과를 높이 사고 있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모든 학교의 교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졸업생 한마디’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인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 부분만 엮어서 읽어 보아도 학생들의 고민과 꿈이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잘 알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교지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고등학교 때 받은 한두 권의 교지를 통해 나의 지난 학창 시절, 또 우리의 학창 시절, 넓게는 인천의 학창 시절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언젠가는 그리운 과거가 될 것이 자명하다면, 지면으로 발행하는 교지가 갖는 의미는 시대가 달라져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글 이동구 인천광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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